[기자의 눈]최영훈/"왜 법은 안고쳐요"

  • 입력 1999년 10월 18일 19시 55분


현행 통신비밀보호법은 김영삼(金泳三)정부 초반인 93년12월27일 만들어졌다. 그리고 6개월이 지난 94년6월28일부터 시행돼 오늘에 이른다.

통신비밀보호법은 명칭대로 ‘통신 및 대화의 비밀과 자유에 대한 제한은 그 대상을 한정하고 엄격한 법적 절차를 거치도록 함으로써 통신의 자유를 신장함’을 목적으로 제정됐다.

그러나 유감스럽게도 상당수의 법조인들은 이 법을 ‘통신비밀침해법’이라고 부르고 있다.

영장없는 감청(48시간 이내)을 허용하는 긴급감청 제도와 감청의 남용을 감시 견제하는 장치의 미비 등 수사기관의 편의만을 감안한 듯한 법조항들 때문이다.

배금자(裵今子)변호사는 “이런 법이 어떻게 만들어질 수 있었는지…. 법조인들도 반성해야 한다”고 말할 정도다.

그러나 정작 반성해야 할 쪽은 여야 정치인들이다. 98년부터 여러차례 도청 감청 문제가 정치현안으로 부상했지만 정치권은 법개정 작업에는 아랑곳없이 입씨름만 계속하고 있다.

한나라당은 연일 도청 감청 문제를 제기하며 정부당국과 사법부를 몰아세우고 있지만 문제가 많은 통신비밀보호법은 한나라당의 전신(前身)인 신한국당이 당정협의를 거쳐 만든 것이다.

그렇다면 한나라당도 연일 폭로만 할 것이 아니라 결자해지(結者解之)하는 모습을 보여야 한다. 여야합의로 문제가 있는 법조항을 고쳐 국민이 ‘안심하고’ 통화할 수 있게 하는 것이 급선무다.

일본의 경우 99년 8월 ‘범죄수사를 위한 통신 방수(傍受)에 관한 법률’을 만들면서 인권침해의 소지가 있는 부분을 최소화하고 정부의 철저한 대책을 촉구하는 부대결의까지 하는 치밀함을 보였다.

제대로 된 법을 만들어 보겠다는 의원들의 자세가 아쉽다.

최영훈<사회부>cyhoon@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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