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獨서 ASML-자이스 CEO 함께 만나 ‘반도체 삼각 동맹’

  • 동아일보
  • 입력 2024년 4월 29일 03시 0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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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 초미세공정 협력 강화
장비 개선-공정 최적화 의기투합
李, AI 반도체 시장 선점 광폭행보
佛-伊 등 방문해 유럽시장 점검

이재용, 글로벌 광학기업 방문 26일(현지 시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독일 오버코헨에 있는 글로벌 광학 기업 자이스 본사를 방문해 카를 람프레히트 
자이스그룹 최고경영자(CEO·왼쪽에서 세 번째), 크리스토프 푸케 ASML CEO(오른쪽) 등과 만나 반도체 장비 협력을 
논의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글로벌 광학기업 방문 26일(현지 시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가운데)이 독일 오버코헨에 있는 글로벌 광학 기업 자이스 본사를 방문해 카를 람프레히트 자이스그룹 최고경영자(CEO·왼쪽에서 세 번째), 크리스토프 푸케 ASML CEO(오른쪽) 등과 만나 반도체 장비 협력을 논의했다. 삼성전자 제공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독일에서 반도체 업계 ‘슈퍼 을’로 불리는 네덜란드 ASML의 크리스토프 푸케 최고경영자(CEO)와 ASML의 핵심 파트너사인 독일 자이스의 카를 람프레히트 CEO를 한자리에서 만나 ‘반도체 삼각 동맹’을 공고히 했다. 반도체 초미세 공정에서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핵심인 극자외선(EUV) 노광장비에 대한 협력을 강화하려는 차원이다.

28일 삼성전자에 따르면 이 회장은 26일(현지 시간) 독일 오버코헨 자이스 본사에서 람프레히트 CEO를 만났다. 이 자리에는 25일(현지 시간) ASML의 신임 대표로 취임한 푸케 CEO도 함께했다. 푸케 CEO는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재직하던 지난해 말 ASML 본사를 찾은 이 회장과 윤석열 대통령, 최태원 SK그룹 회장 등을 만나기도 했다.

자이스는 첨단 반도체 생산에 필수적인 EUV 기술 관련 핵심 특허를 2000개 이상 가진 글로벌 광학 기업이다. EUV 장비 1대에 들어가는 자이스 부품만 3만 개 이상이다. 자이스가 없으면 ASML 장비 생산도 불가능해 ASML의 ‘슈퍼 을’이다. ASML은 7nm(나노미터·1nm는 10억분의 1m) 이하 미세 반도체 공정에 필수적인 EUV 노광장비를 생산하는 세계 유일 기업이다. 삼성전자와 자이스 간 직접 거래 관계는 없지만 ASML이 삼성전자에 보낼 장비를 만들기 위해선 초기부터 세 업체의 협업이 필요하다. 이에 삼성전자-ASML-자이스로 이어지는 삼각 공조는 무엇보다 중요하다.

삼성전자는 이번 만남에서 자이스, ASML과 △장비 성능 개선 △생산 공정 최적화 △수율 향상 등의 협력을 하기로 했다. 삼성전자는 EUV 기술력을 바탕으로 파운드리 시장에서는 3나노 이하 초미세 공정을 주도하고, D램 분야에서는 연내에 EUV 공정을 적용해 6세대 10나노급 D램을 양산하겠다는 계획이다.

삼성은 최근 파운드리(반도체 위탁 생산) 분야에서 초미세 공정을 두고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삼성전자와 TSMC는 각각 내년 2나노, 2027년 1.4나노 공정을 도입할 계획이다. 이 와중에 최근 TSMC는 2026년 하반기(7∼12월) 중간 단계인 1.6나노 공정을 시작하겠다고 발표했다. 인텔은 연말부터 1.8나노 공정을 양산한다고 밝혔다. ASML의 차세대 노광장비인 ‘하이 NA EUV’도 업계 최초로 설치했다.

이런 상황에서 이 회장은 인공지능(AI) 반도체 시장을 선점하기 위해 광폭 행보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엔 젠슨 황 엔비디아 CEO와 페터르 베닝크 당시 ASML CEO를 만났고, 올해 2월엔 마크 저커버그 메타 CEO를 만났다.

업계 관계자는 “이 회장은 2019년 ‘시스템 반도체 비전 2030’을 선포하며 메모리 반도체에 이어 시스템 반도체에서도 확실히 1등을 하겠다고 공언했다”며 “이 회장이 직접 장비 업체들을 찾아 협력을 끌어낸 것도 초미세 공정 싸움에서 주도권을 잡겠다는 의지”라고 분석했다.

이 회장은 독일 외에도 프랑스, 이탈리아 등을 방문해 비즈니스 미팅 및 유럽 시장 점검, 주재원 간담회 등의 일정을 소화할 예정이다.


변종국 기자 bjk@donga.com
#삼성전자#이재용#반도체 삼각 동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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