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성수대교 참사 벌써 잊었나

  • 입력 1999년 9월 21일 18시 45분


32명의 귀중한 생명을 앗아간 성수대교 붕괴 참사가 난 지 5년이 지났다. 서울시는 그동안 첨단장비를 동원해 대대적인 안전점검을 실시했고 주기적 진단과 일상점검도 계속하고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렇다면 한강 다리는 이제 시민들이 안심해도 좋을 만큼 안전한가.

그렇지 않다. 한나라당 조진형(趙鎭衡)의원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한강 다리 17개중 제대로 보수 관리되고 있는 교량은 거의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천호대교는 다리 상판을 받쳐주는 수중교각 34개 가운데 30개가 손상된 채 방치되어 있다. 특히 북단 8번 교각 우물통에서는 깊이 2m, 길이 1.5m의 손상부분이 발견되었고 12번 교각은 원기둥 내부 철근 일부까지 부식되어 있는 등 파손상태가 심각한 것으로 드러났다.

잠실대교 올림픽대교 한강대교 동호대교 등의 안전관리에도 많은 문제가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98년 국정감사 자료에 따르면 잠실대교는 슬래브 밑바닥의 콘크리트 균열, 누수현상에다 철근까지 드러나는 손상이 발견되었다. 올림픽대교 역시 철근 노출 및 균열, 한강대교는 보도 콘크리트층 분리와 신축 이음장치 파손 등 주요 구조부의 파손이 심각한 것으로 나타났다. 다시 말해 주요 시설물인 한강다리가 안전점검조차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고 있다는 얘기다.

그러나 더욱 한심한 것은 그때 그때 적당히 이루어지는 땜질식 보수공사다. 천호대교만 하더라도 95년 안전진단 결과 132억원을 들여 대대적인 보수보강공사가 필요하다는 진단결과가 나왔으나 서울시는 보수비용으로 32억원을 계상했을 뿐이다. 다른 교량의 안전점검과 보수공사 역시 마찬가지다. 우선 정밀진단을 시설안전기술공단이 아닌 민간업자에게 맡긴데다 보수공사 또한 진단결과를 무시한 채 축소시공한 것으로 밝혀졌다는 것이 조의원측의 주장이다.

이래가지고는 언제 또다시 제2의 성수대교 참사를 부를지 모른다. 성수대교 붕괴 사고후 제정된 시설물 안전에 관한 특별조치법은 주요 시설물에 대해서는 일상점검, 정기점검 외에 5년에 한번씩 정밀안전진단을 실시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같은 규정을 어기지 않고 제때 안전점검을 하고 그 진단결과에 따라 보수관리만 제대로 해주어도 한강다리의 안전은 확보될 수 있다.

성수대교 붕괴참사는 그냥 다리만 무너진 것이 아니다. 그때 희생된 귀중한 생명은 말할 것도 없고 우리가 30여년 동안 힘들여 쌓아올린 국가 이미지와 대외신인도, 국가경쟁력이 한꺼번에 무너져 내린 것이다. 한국적 고질병인 안전불감증과 적당주의 때문에 그같은 국가적 수치를 다시 되풀이할 수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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