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론 정부의 고충을 이해하지 못하는 것은 아니다. 선거를 앞두고 서민 정서를 자극하거나 부담을 늘려서는 안된다는 정치권의 요구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다. 재정적자 규모가 국내총생산(GDP)대비 4%에 이르고 있어 세수가 지금보다 줄어서도 안된다. 국제수지가 악화되는 것도 신경이 쓰인다. 어디 그뿐인가. 업계의 이해마저 첨예하게 엇갈린다. 이런 저런 조건들을 고려하다 장고끝에 내린 결론이 이번 주세율 체계 개편이다. 그렇지만 정치논리와 행정편의주의의 합작품이라는 비난만 쏟아진다.
▽그렇다면 주세율 조정은 어떻게 해야 하나. 알코올도수에 따라 주세율을 차등부과하는 종량세가 원칙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대부분의 나라가 이를 채택하고 있다. 국민건강이 최우선이기 때문이다. 우리나라 주세율은 종량세도, 제조원가 기준의 종가세 체계도 아니다. 이번 주세율 조정은 국제규범과 거리가 있는 이같은 주세율 체계의 개선까지를 겨냥해야 했다.
▽그러나 정부는 또다시 이중잣대를 들이댔다. 소주세율 인상과 관련해서는 과도한 음주로 인한 사회적 비용을 줄여야 한다는 이른바 ‘사회비용 논리’를, 맥주세율 소폭 조정에는 ‘세수방어 논리’를 내세웠다. 원칙도 없고 투명성도 없다. 관련업계가 들끓고 서민들이 황당해 하는 것은 당연하다. 주세율 체계의 합리적 개편마저 정치논리에 밀리고 이쪽 저쪽 업계의 눈치나 살핀다면 정책의 신뢰성은 확보하기 어렵다.
〈김용정 논설위원〉yjeong43@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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