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김재홍/국회의원을 채점한다

  • 입력 1999년 9월 11일 19시 21분


시민운동단체가 정치에 대해 본격 감시에 나선 것은 91년 지방선거 때부터 활동했던 공명선거실천시민운동협의회(공선협)였다. 87년 6월 시민항쟁으로 유신체제가 해체되기 전까지는 투쟁적 재야단체가 아닌 일반 시민운동이 정치권을 감시하기엔 무리였다. 유신 직전엔 71년6월 전국학생연맹의 부정선거감시단이 전국에 파견돼 투개표를 지켜본 일이 있었다. 그러나 이런 감시활동에 대한 기성 정치권의 저항은 언제나 높은 장벽이어서 웬만한 의욕만으로는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작년에 이어 올해 정기국회에서도 시민단체들이 의정활동을 모니터하기로 했다. 참여연대 등 41개 시민단체가 ‘99 국정감사 모니터 시민연대’를 발족하고 10일부터 활동에 들어갔다. 이 모니터단은 국회 14개 상임위별로 담당 시민단체를 배정했다. 작년의 경험도 살려서 한 걸음 발전된 활동계획을 선보이고 있다. 문화관광위와 보건복지위, 환경노동위 교육위 순으로 많은 시민단체가 몰린 것도 ‘민생 국회’를 바라는 민심의 발로로 보인다.

▽의원들은 여야를 불문하고 시민감시단에 시큰둥하다. 작년의 경우 의정활동을 질보다 양으로 평가했다며 비판하기도 했다. 의원들의 국회 출석률과 발언 횟수를 중심으로 채점하는 것은 곤란하다는 것이다. 모니터단도 올해는 의원 개인에 대한 평가중점을 개혁적 자세에 두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그리고 제도 차원에서 국회 운영개선도 도모할 계획이다.

▽국회 활동은 주로 본회의와 상임위가 언론을 통해 알려진다. 그러나 핵심사항은 언제나 상임위 소위원회에서 최종 정리되고 사실상 결정된다. 가장 중요한 예산결산특위의 경우 전체회의에서 제아무리 논란을 벌였어도 계수조정소위가 각 예산항목에서 조(兆)와 억 단위를 바꾸기 일쑤다. 그 과정은 언론의 취재기자에게도 방청이 허용되지 않아왔다. 올해 모니터단이 이 소위활동의 공개를 요구하고 있는데 이것이 실현된다면 의정감시활동이 한걸음 더 나아가는 계기가 될 것이다.

〈김재홍 논설위원〉nieman96@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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