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민주산악회라는 '의혹'

  • 입력 1999년 9월 6일 19시 38분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주도해서 만드는 민주산악회(민산)는 아무리 해도 이해하기 어려운 ‘의혹’의 대상이라고 해야 할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일 김전대통령 휘하였던 과거 민주계 인사들, 김명윤(金命潤) 강삼재(姜三載) 박종웅(朴鍾雄)의원 등이 모여 민주산악회 재건을 공식으로 발표했다. 그 명분은 민주산악회가 ‘반독재 반DJP 민주화투쟁의 전위대’가 되겠다는 것이다.

우리가 ‘의혹’이라고 보지 않을 수 없는 첫째 이유는 반독재 민주화 투쟁을 그토록 절실하게 외치면서 왜 유일야당을 중심으로 힘을 보태지 않고, 그 야당의 극력 반대를 무릅쓰고 거기 소속된 의원들을 빼내 산악회라는 딴 모임을 고집하는지가 이해되지 않기 때문이다. 한나라당이 민산 가입을 해당(害黨)행위로 규정하고 처벌하겠다고까지 하는 마당에 무엇때문에 결사(結社)를 강행하는지 납득하기 어려운 것이다.

물론 민산측은 “신당을 만드는 게 아니다”고 말한다. 한나라당에 가입하지 않은 사람들과 한나라당이 연대하도록 하겠다고도 주장한다. 그러나 민산측의 고집이야말로 ‘야당분열사’에서 흔히 보아왔던, ‘합쳐야 할 때 싸우고 단합을 명분으로 더 극렬하게 분열하는’ 양상을 재현하는 것은 아닌지 묻고 싶다. 과거 겉으로는 반독재 투쟁의 전위대를 자처했지만 결국은 야당분열의 첨병이 되고 만 사례를 우리는 적지 않게 보아왔다.

둘째, 민주산악회측은 6일 결성 배경을 설명하면서 ‘현정부의 주요 라인에 특정 지역 인사들이 포진해 있다’고 주장하며 지역정치의 폐해를 들고 있다. 그러나 민산 결성의 속셈은 김전대통령측이 지역정서와 지역연고를 무기로 정치무대에 롤백하고 싶다는 의미는 아닌지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민산 재건에 앞장서는 이들의 인적구성, 돕는 의원들의 출신 지역이 바로 그러한 의혹을 불러일으키는 요소가 되고 있다.

또 민산측은 결성 배경설명에서 ‘군부독재보다 못한 백색독재’의 DJP정권에 대한 반대투쟁을 강조하지만 역시 속으로는 지역분열 구도 속의 ‘3김 맹주(盟主)정치’ 연장을 희원하는 게 아닌가 하는 의문이 생긴다. 대통령까지 지낸 이의 현실 정치에 대한 비판과 지원은 어디까지나 2선의 측면 역할이어야지, 직접 깃발을 들고 앞장선다는 것은 어쩐지 퇴임대통령의 자세일 수 없고, 상궤를 벗어나는 일만 같다. 더욱이 김전대통령이 재임중 국민과 나라에 남긴 것이 무엇인지는 그 자신과 민산 멤버들이 더 잘 알고 있을 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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