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박두복/재외동포법과 조선족사회

  • 입력 1999년 8월 31일 19시 42분


지난달 국회를 통과한 ‘재외동포의 출입국과 법적 지위에 관한 법률(재외동포법)’에 대해 시민단체와 한국에 체류하는 중국 조선족들이 강력하게 반발하고 있다. 이 법이 중국과 러시아에 거주하는 재외동포를 제외해 차별한 것은 형평에 어긋난다는 주장이다.

한국과 조선족 사회의 관계 설정은 중국 소수민족정책의 민감한 부분과 저촉되지 않는 방향, 다시 말하면 중국 소수민족 정책의 기본원칙과 틀을 벗어나지 않는 범위에서 신중히 추진돼야 한다. 중국 소수민족 정책에서는 민족자치가 주권적 자치 또는 민족독립이나 분리주의적 경향으로 발전해 가는 것에 대해서는 분명하고 엄격한 한계를 설정해 놓고 있다. 소수민족의 뿌리찾기가 독립의지로 이어져 분리주의로 발전해 갈 것으로 우려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측면에서 최근 한국과 중국 조선족 사회의 접촉이 급격히 증대되면서 일부 조선족이 동요하는 조짐이 나타나면서 조선족은 이미 티베트 위구르 몽골족 등과 더불어 중국 정부가 가장 경계하는 소수민족으로 지목되고 있다. 이러한 사태 발전은 중국 사회에서 중국 조선족의 입지를 더욱 어렵게 만들 수 있다.

따라서 중국 조선족의 한국 진출에 대한 문호개방은 중국 조선족 사회의 와해를 가속화시킬 수 있다는 점을 충분히 인식해야 할 것이다. 최근 조선족 사회에서 인재와 가임(可姙)여성이 경제가 발전하는 지역으로 심각하게 유출되고 있다. 지난 10년간 광둥(廣東) 상하이(上海) 산둥(山東) 등 연해지역의 조선족 인구가 적게는 150%에서 많게는 5600%까지 증가했다. 조선족 사회의 심각한 인재 유출현상을 보여준다.

최근 중국의 인구조사 자료에 따르면 90년 현재 15∼25세에 해당하는 조선족 사회의 여성인구는 19만명이다. 이들 중 최근 수년간 한국으로 진출한 5만명을 비롯해 도시 지역으로 진출해 유흥업에 종사하는 여성, 한족과 결혼한 여성을 제외한 나머지 가임여성은 5만∼6만명밖에 되지 않는다. 중국 조선족 사회의 지도자들은 이러한 사태 발전을 방치하다가는 10여년 후 중국 조선족 인구가 절반으로 감소할 것이라고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또 조선족을 재외동포법의 적용 대상에 포함시키면 중국 조선족 사회의 분열을 불러올 가능성을 간과해서는 안된다. 중국 조선족 사회가 재외동포 등록 여부를 중심으로 친남(親南) 친북(親北)으로 분열될 가능성이 있다. 조선족 사회의 이같은 분열은 앞으로 남북한 통일과정에서 절실히 요망되는 조선족의 교량 역할을 확보하는 데 불리하게 작용할 것이다.

조선족이나 조선족 사회에 대한 접근 방법에서 단순한 동포애를 앞세운 맹목적이고 균형잃은 태도는 오히려 한국과 조선족 사회의 건전한 관계를 구축하는 데 방해가 될 수도 있음을 유념해야 한다.

박두복(외교안보연구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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