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밀레니엄 베스트]최고의 발명

  • 입력 1999년 8월 1일 19시 21분


지난 1000년간 최고의 희극을 쓴 사람은 누구인가. 언뜻 보기에는 몰리에르나 셰익스피어가 정답인 것처럼 보인다. 이 두 사람이 지난 1000년간 희극을 쓴 극작가들 중 가장 위대한 작가라는 것이 일반적 평가이기 때문이다.

프랑스 인이라면 물론 주저 없이 몰리에르를 선택할 것이다. 민족적 감정을 배제하더라도 몰리에르가 강력한 후보임에는 틀림없다. 그는 사실상 오로지 희극만을 쓴 희극 전문가였다. 필자는 불행히도 영어로 번역된 작품을 통해서만 몰리에르를 감상할 수 있었다. 그래서 더할나위 없이 완벽한 플롯을 짜는 그의 능력에 대해서는 잘 알고 있지만, 운을 맞춘 그의 2행 대구(對句)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한다. 영어로 번역된 그의 2행 대구들은 너무나 엉터리처럼 들렸기 때문이다. 필자에게 있어 몰리에르는 낯선 외국 땅과 같은 셈이다.

셰익스피어에게도 역시 문제는 있다. 그의 최고의 희극 작품들, 즉 ‘한여름 밤의 꿈’ ‘헛소동’ ‘12야’ 등은 순수한 희극이 아니다. ‘한여름 밤의 꿈’에 등장하는 라이센더의 대사는 때로 로미오의 대사처럼 들린다.

그러나 지난 1000년간 씌어진 가장 뛰어난 희극을 고를 때, 관객을 즐겁게 하는 능력만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필자는 단연코 오스카 와일드가 쓴 ‘진지해지는 것의 중요성’에 절대적인 지지를 보낸다.

이 극의 첫 대사 두 번째 줄에서 관객은 벌써 웃음을 터뜨린다. 집사인 레인이 주인 앨저가 오후에 마실 차를 준비하는 장면이다. 옆방에서 피아노 소리가 들려오다가 앨저가 무대에 등장한다.

앨저:내가 연주하는 것 들어나, 레인?

레인:저는 연주를 듣는 것이 예의에 어긋난다고 생각했습니다. 주인님.

이 대사 한 줄만 놓고도, 그 안에 들어있는 역설과 풍자에 대해 논문 한편을 쓸 수 있다. 이 대사는 예의범절과 계급 체계를 관객의 마음속에 떠오르게 함과 동시에 완전히 뒤집어 엎어서 두 등장인물 사이의 관계, 즉 혜택을 받은 자와 그렇지 못한 자 사이의 관계를 아주 미묘하게 바꿔놓는다.

‘진지해지는 것의 중요성’은 그 플롯만 놓고 보면 셰익스피어의 코미디와 상당히 많은 공통점을 갖고 있다. 서로 반대되는 목적을 가진 두 쌍의 연인 이야기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그렇고, 사랑과 죽음, 환상과 현실, 화해와 부활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도 그렇다. 네 사람 사이의 활기찬 균형을 통해 오해와 속임수, 플롯의 반전이 펼쳐진다. 재치는 한 번도 관객을 실망시키지 않고, 지루할 부분도 전혀 없다. 오로지 순수한 희극적 즐거움이 있을 뿐이다.

필자〓데이비드 로지:‘치료:소설(Therapu:A Novel)’과 ‘글쓰기(The Practlce of Writing)’의 저자.

(http://www.nytimes.com/library/magazine/millennium/m1/lodge.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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