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21세기에도 3金인가

  • 입력 1999년 7월 22일 18시 12분


김영삼(金泳三)전대통령이 민주산악회를 다시 만들겠다고 한다. 현 정권의 ‘독재와 장기집권음모’를 분쇄하기 위해서라는 주장이다. 그의 주장이 그럴듯하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겠으나 그의 대통령 재임중 실정으로 아직도 고통받고 흐느끼는 사람이 적지 않은 터에 누가 그를 따라 산에 오르는 사람들을 ‘구국의 별동대’라고 박수쳐줄 것인가. 참으로 시대착오적인 판단이 아닐 수 없다.

그것은 또 힘떨어진 한 김씨가 외진 곳에서 벌이는 어깃장이라 치자. 그런데 한쪽에서는 다른 두 김씨, 김대중(金大中)대통령과 김종필(金鍾泌)국무총리가 내각제개헌 약속파기, 합당소동, 신당창당의 화제를 뿌리며 정치 파워게임을 독전(督戰)하고 있다. 그래서 ‘후삼김 시대’가 열리고 있다는 자조(自嘲)의 말도 나오고 있다. 결국 남은 한 김씨, JP까지 집권해야 지겨운 3김시대가 끝나는 것이냐는 탄식도 들린다.

3김 정치의 특징은 다 알다시피 권위주의적이고 비민주적이다. 당(黨)의 중요 사안을 결정하면서도 당원들의 의사는 들으려 하지 않는다. 독선적이다. 약속에 충실치 못하고 상황변화에 따라 식언을 서슴지 않는다. 이념이나 정책 신념보다도 정략이나 임기응변의 힘겨루기도 특징이다. 물론 3김씨가 한국정치의 여건과 구조에서 비롯하는 부정적 유산을 송두리째 책임지라는 얘기는 아니다. 과거의 독재정권에 대항하면서 공개적으로 투쟁전략을 논의할 수 없었고 민주적으로 당을 꾸려가기 어려웠던 상황 탓도 있다.

그렇다고 해도 3김씨가 벌여온 ‘남 탓’만 하는 투쟁정치, 힘과 세(勢)에 기대는 패권정치, 칼자루 쥘 때와 놓은 뒤의 자세가 너무도 판이한 모순정치, 그러고서도 상황이 반전되면 상대의 논리와 행태를 고스란히 되밟아가는 답습정치, 선거 때만 되면 ‘고향 사람’들을 중심으로 호소하는 지역정치의 죄업(罪業)을 그 누가 부인할 수 있을 것인가. 과연 그들이 개혁을 떳떳하게 말할 자격이 있는가. 그들이 남겨놓은 지역당같은 부(負)의 유산들은 대대로 갚고 헤쳐나가야할 채무가 아닐 수 없다.

격변의 21세기 세상에도 3김인가. 우리는 새삼스레 되묻지 않을 수 없다. 지구가 하나로 묶여 광속(光速)으로 정보를 주고받는, 변화하는 세계에 대응하는 비전을 갖춘 리더십은커녕, 구시대 구정치에 굴절되고 때묻은 골동품같은 리더십을 앞세워 미래를 헤쳐나가는 것이 가능할 것인지 두렵기만 하다. 때묻지 않고 투명하면서도, 허언 식언을 모르는 리더십, 권력에의 집착보다 미래와 민생에 천착하는 리더십, 감정보다 이성에 충실하고, 나아가고 물러서는 것을 분명히 할 줄 아는 희망의 리더십이 아니면 21세기를 맞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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