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욕타임스/베스트 밀레니엄]인쇄술

  • 입력 1999년 7월 22일 18시 12분


필자가 어렸을 때나 지금이나 학교에서는 요하네스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했으며 인쇄술이야 말로 역사상 가장 위대한 발명이었다고 가르친다. 인쇄술이 지난 1000년의 발명품 중 최고의 것이라는 데에는 필자도 개인적으로 동의한다.

그러나 구텐베르크가 인쇄술을 ‘발명’했다는 것은 진실이 아니다. 그의 업적을 정확하게 묘사한다면 이렇게 될 것이다.‘구텐베르크는기원전1700년경이나 혹은 그 이전에 크레타인들이 개발한 인쇄기술을 좀더 개선된 형식으로 발전시켜 인쇄술을 받아들일 수 있는 환경 속에서 독자적으로 재발명하는데 실질적이고 상징적인 역할을 했다.’

크레타에 인쇄술이 존재했다는 사실은 크레타섬의 파이스토스에 있는 궁전터에서 발견된 지름 6인치의 진흙 원판을 통해 확인할 수 있다. 이 원판의 양면에는 45개의 서로 다른 글자를 구성하는 241개의 상징물이 나선형으로 새겨져 있다. 학자들에 의하면 이 글자들은 호메로스가 등장하기도 전에 존재했던 고대 그리스어이다. 그런데 놀라운 것은 이 글자들이 손으로 새긴 것이 아니라 기계에 의해 진흙판 위에 인쇄된 것이라는 사실이다.

사실 기원전까지 거슬러올라가지 않더라도 기원 후 2세기에 중국인들도 인쇄술을 갖고 있었다. 중국인들은 대리석 기둥에 새겨진 불경에 잉크를 발라 종이에 찍어냈다. 그리고 868년 경에는 벌써 책을 찍어낼 수 있는 수준에 이르렀다. 그러나 글자가 하나하나 새겨진 판, 즉 활자를 조합해서 문장을 만들어내는 구텐베르크의 방법과 달리 중국인들은 나무판에 문서 전체를 새겨 이것을 찍어내는 방식을 사용했다.

그러나 활자를 이용한 인쇄술 역시 구텐베르크의 발명품은 아니었다. 1041년경 중국인 연금술사 피솅이 구운 진흙과 아교를 섞어 활자를 발명했기 때문이다. 이어 1403년경 한국에서 피솅의 활자를 개선한 동판 활자가 만들어졌고 1430년경에는 네덜란드의 로렌스 얀스준이 나무를 손으로 깎아 만든 활자를 만들었다. 그런데도 구텐베르크의 이름이 특별히 언급 된 것은 그가 오랫동안 여러번 사용할 수 있는 금속활자와 기름이 섞인 인쇄잉크를 사용했기 때문이다. 그는 또한 1455년에 아름답게 장정된 성경을 인쇄함으로써 서구에서 책을 처음 생산해내기 시작했기 때문에 하나의 상징이 될 수 있었다.

구텐베르크가 금속활자와 새로운 인쇄잉크를 사용함으로써 인쇄술의 발전에 기여한 것은 사실이지만 오로지 혼자의 힘으로 인쇄술을 만들어낸 것은 아니다.

▽필자:제리드 다이아몬드〓UCLA의대 생리학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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