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銀 로비 3대 의문점]로비대상 또 없나

  • 입력 1999년 7월 17일 00시 54분


경기은행 퇴출과 관련해 은행측이 지난해 6월 임창열(林昌烈)경기도지사와 부인 주혜란(朱惠蘭)씨 외에 다른 정관계 고위인사들에게도 ‘퇴출철회’로비를 했다는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그러나 검찰은 16일 임지사와 주씨를 구속하는 것으로 사실상 수사가 마무리됐다고 밝혀 이 사건을 둘러싼 갖가지 의문점을 놓고 정치권 등에서 파문이 일 것으로 보인다.

검찰 관계자는 이날 “서이석(徐利錫)전경기은행장과 주씨 사이에서 ‘다리’역할을 한 인테리어업자 민영백(閔泳栢·56)씨가 이번 사건의 핵심인물”이라고 말했으나 구체적인 역할에 대해선 입을 다물어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로비대상

정치권과 금융계 등에선 서전행장이 유독 경기도지사 부부에게만 로비를 했을 리가 없다고 보고 있다. 검찰수사결과 서전행장은 지난해 6월 퇴출을 막기 위해 필사적인 노력을 한 것으로 드러났고 이로 미루어 다른 정관계 인사들에게도 로비를 벌였을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인천지역에서는 서전행장이 지난해 C, S, L, G씨 등 유력인사들을 상대로 전방위 로비를 했다는 소문이 끊임없이 나돌았다.특히 금융계 인사들은 “서전행장이 평소 자신에게 대출압력을 넣었던 정관계 인사들을 상대로 필사적으로 ‘퇴출철회’로비를 벌였을 것”이라고 입을 모으고 있다.

검찰관계자는 이에 대해 “임지사 부부와 관련해서만 한달이상 내사를 진행했다. 그만큼 힘든 수사였다. 다른 자료는 없다”고 말해 이 부분에 대해선 당분간 수사계획이 없음을 내비쳤다.

◇4억원 사용처

주씨는 서전행장으로부터 지난해 6월 4억원을 받아 자신이 운영하는 ‘주클리닉’운영비 등 개인용도로 사용했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이 돈 가운데 상당액이 고위 정관계 인사들에게 전달됐거나 임지사의 로비자금으로 사용됐을 가능성이 높다는 게 법조계 안팎의 시각이다.

검찰도 “주씨는 4억원을 받아 개인용도로 사용했다”고만 밝히고 있을 뿐 구체적인 사용처를 제시하지 않아 의혹이 커지고 있다.

◇재벌 관련설

재계에선 경기은행 대주주였던 S, H그룹이 보유주식이 ‘휴지조각’으로 변하는 것을 막기 위해 ‘퇴출철회’로비를 배후조종했을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S그룹은 경기은행 주식 389만주(지분 9.73%)를 보유하고 있었고 H그룹은 351만주(8.77%)를 갖고 있었다. 따라서 막후에서 서전행장을 조종한 것은 물론 직접 로비에 나섰을 수도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S, H그룹측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전면 부인하고 있다.

〈인천〓박정규·서정보기자〉jangk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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