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뉴밀레니엄]여성 참정운동가 데이비슨 죽음논란

  • 입력 1999년 7월 7일 19시 19분


여성참정권 운동의 ‘순교자’ 에밀리 데이비슨은 왜 경마 트랙에 뛰어들었을까. 그녀는 죽음을 각오했던 것일까, 아니면 관심을 끌기 위한 단순한 돌출 행동이 그녀를 죽음으로 내몰았던 것일까.

1913년 6월11일자 ‘더 타임스’에는 그녀의 죽음에 관한 재판에서 이뤄진 재판장 및 검시관의 신문내용과 목격자 및 가족들의 진술내용이 기록돼있다.

―그녀가 비정상적인 심리상태였다고 생각할 만한 근거가 있는가.

“없다.”(에밀리의 오빠 헨리 데이비슨)

―그럼 왜 그녀가 그런 행동을 했다고 생각하는가.

“그녀는 단지 여성참정권 운동에 대한 관심을 끌려는 것뿐이었다. 나는 사고였다고 확신한다. 그녀는 위험을 알고 있었다.”

―경찰관 번은 어떻게 생각하나.

“대부분의 말은 코너를 지나갔고 세 마리가 남아있었다. 그런데 모든 일이 너무 순간적으로 일어나서 그녀가 고의적으로 말에 뛰어들었는지는 확신할 수 없다. 그녀를 병원으로 옮겨보니 재킷 안에 여성참정권자들의 깃발이 두개 있었고 돌아갈 기차표가 있었다.”

―경찰관 에디도 당시 상황을 설명해달라.

“선두그룹의 말이 그녀 곁을 미끄러지듯 지나간 뒤 그녀는 손을 올리고 똑바로 일어섰다. 그리고 뒤에 말이 달려들었다.”

―데이비슨의 행동은 계획적이었다고 생각하나.

“그렇다.”

이같은 신문이 끝난 뒤 검시관은 “데이비슨은 특별히 왕의 말을 골라 달려든 것은 아니다. 그녀의 의도는 단지 경마를 방해하기 위해서였다”고 말했다.

그러나 여성참정권자들은 ‘사고’라는 결론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았다. 그들은 데이비슨이 순교를 각오하고 왕의 말고삐를 붙잡기 위해 뛰어들었다고 생각한다. 그녀의 죽음에 얽힌 우연성 여부는 아무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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