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국정조사에 응하라

  • 입력 1999년 6월 6일 19시 25분


한나라당은 4일 ‘옷로비’ 의혹사건과 3·30재보선의 ‘50억원 선거자금설’에 대한 국회 국정조사요구서를 임시국회에 제출했다. 이에 대해 6·3재선거 압승의 여세를 몰아 정국 주도권을 잡기 위한 정략이 아니냐는 시각도 없지 않으나 우리는 ‘옷로비’ 사건에 대한 국민적 의혹이 채 풀리지 못한 만큼 여당은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에 응해야 한다고 본다.

본란에서 거듭 지적했듯이 ‘옷로비’ 의혹은 이제 단순히 재벌회장 부인과 장관 부인들간의 로비 의혹 차원을 넘어 현정권의 도덕성과 개혁의지를 도마에 올린 중대한 시험의 의미를 지니고 있다. 이 시험을 공정하고 투명하게 치러내지 못한다면 등돌린 민심 수습은 물론 앞으로 이 정부가 추진하는 어떤 개혁도 적잖은 어려움에 직면할 것으로 우려된다.

김태정(金泰政)법무부장관 문제도 그렇다. 정부는 검찰수사 결과 김장관에게 책임을 물을 만한 사안이 없는데도 물러나게 하는 것은 옳지 않다는 입장을 고집하고 있다. 여론에 밀려 김장관을 사퇴시키는 것은 대통령의 통치권에 누(累)가 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사실여부를 떠나 대다수 국민은 검찰수사에 대해 ‘짜맞추기’가 아니냐는 의혹의 눈길을 보내고 있다.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서라도 이런 의혹을 해소시켜야 한다. 굳이 정치적 도덕적 책임만으로 김장관을 물러나게 할 수 없다면 김장관의 거취는 국정조사 결과에 따를 수도 있을 것이다.

사리가 이러하므로 정부 여당이 야당의 국정조사 요구를 한낱 정치공세로 일축한다면 ‘옷로비’ 사건에 대한 국민의 의혹은 한층 깊어질 것이다. 이 사건에 대해 검찰이 수사결과를 발표한 이후에도 파문이 진정되기는커녕 정관재계(政官財界)에 ‘이형자리스트’ ‘최순영리스트’ ‘몸통론’과 ‘빅딜설’ 등 4대 의혹설이 확산되고 있다는 보도는 그와 같은 조짐을 뚜렷이 나타내고 있다. 특히 한나라당 이기택(李基澤) 전부총재 부인이 밝혔다는 ‘억대 옷값 대납 요구설’은 ‘옷로비’ 사건에 대한 새로운 의혹을 부풀리고 있다.

3·30재보선의 국민회의 ‘50억원 선거자금설’도 그 진상을 밝혀야 한다. 이미 선거관리위원회가 3·30재보선 과정에서 드러난 동특위(洞特委) 등 부정불법 사례를 적발, 검찰에 수사의뢰를 했는데도 검찰은 계속 미적거리고 있어 과연 수사를 제대로 하려는 것인지 의심케 하고 있다. 그러니 이 또한 국회 국정조사를 통해서라도 진위를 가려야 할 것이다. 정부는 민심수습책의 일환으로 정치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할 것으로 알려졌다. 정치개혁의 요체는 돈 적게 들고 효율적인 정치시스템을 갖추는 것이다. 그런데 수십억원을 쏟아부은 것으로 의심받고 있는 부정 타락선거의 진상이 적당히 덮여진다면 그 어떤 정치개혁도 설득력을 얻지 못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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