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임규진/이규성장관 경솔한 「證市발언」

  • 입력 1999년 5월 7일 19시 40분


증권 주무당국인 재정경제부의 이규성(李揆成)장관은 주식과 묘한 인연을 갖고 있다.

우선 대표적인 정책실패 사례로 꼽히는 89년 12월12일의 이른바 증시안정화 대책 발표 당시의 재무부장관이 바로 이장관.

당시 주가는 연초 폭등세에서 연말들어 폭락세로 반전하며 손해를 본 투자자들이 흥분헤 정부에 항의하는 사태가 빚어졌다.

정부는 결국 일부 투자자의 여론에 굴복해 증시부양책을 강구하기에 이르렀다. 그게 ‘12·12 증시안정화대책’이다. 증시부양을 위해 중앙은행자금을 무제한 사용하고 투신사가 시중은행에서 돈을 빌려 주식을 매입하도록 한 게 대책의 골자. 주가는 1주일간 오르다가 실탄이 떨어지면서 쭉 빠졌다.

주가는 그해 12월 901.8를 기록한 뒤 다음해 9월 602.2까지 밀려났다. 3개 투신사는 한은특융으로 은행빚을 갚고 난 뒤 극심한부실후유증을 겪어야 했다.

10년만에 ‘증시해결사’로 다시 나선 이장관의 요즘 행보도 뭔가 심상치 않다. 이장관의 말 한마디에 따라 증시는 널뛰기 장세가 펼쳐지고 있다. 이를테면 5포인트정도 오를 상황에서 장관의 결정적인 말 한마디로 10포인트, 20포인트씩 상승하고 있는 게 요즘의 현실.

실물경기가 회복되는 것은 분명한 사실이고 길게 보면 주가가 떨어질 이유가 없다는 재경부의 해석도 설득력이 있어 보인다.

문제는 주식투자엔 항시 위험이 따르고 그 책임은 전적으로 투자자 개인이 져야 한다는 점을 간과하지 않느냐는 점이다.

이장관의 발언은 투자자들에게 ‘주가상승에 대한 정부보증’으로 오해될 수도 있음을 알아야 한다. 기업의 설비투자자금 조성과 구조조정자금의 조달을 위해선 증시가 활성화되어야 하는 현실적인 이유가 있다는 것을 물론 안다.

그러나 정부가 개인의 투자 실패를 책임질 이유도 없고 능력도 없다면 증시에 대한 당국자의 발언은 아무리 신중해도 지나치지 않다고 생각한다.

임규진〈경제부〉mhjh22@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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