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병무비리 뿌리 뽑으려면…

  • 입력 1999년 4월 27일 19시 35분


수천만원씩 뇌물을 주고 자식의 병역을 면제받은 상류층과 부정공무원들의 62%가 서울 강남에 거주하는 것으로 나타나 관심을 모은다. 이 지역 거주자들 다수가 그렇다는 지표가 될 수는 없지만 돈을 가졌거나 힘 있는 사람들이 오히려 국민된 도리까지 저버리면서 자식을 과보호하는 경향을 드러낸 것이 아닌가 여겨진다.

유력층 병역기피는 일반국민 사이에 심각한 위화감을 불러일으킨다. 국가공동체에 대한 국민의무 중에서도 병역은 특히 의미가 다르다. 납세 교육 근로 의무의 경우는 각각 수혜자 부담 원칙이나 능력에 따라 그것을 이행하는 방법이 다를 수 있다. 그러나 병역은 모든 국민이 거의 절대적 평등개념 아래 이행하게 돼 있다.

병무비리를 근본적으로 방지할 대책은 사건이 불거질 때마다 처벌하는 대증(對症)요법만으로는 부족하다. 돈 거래로 병역을 기피하려는 풍토를 없애려면 무엇보다도 군내 구타와 안전사고가 사라져야 한다. 연평균 4백여건의 사망사고가 생기고 그 중 20여건 이상이 의문사로 남는 현실은 병역기피의 빌미가 될 수 있다. 부잣집이건, 가난한 가정이건 군대에 갔던 자식이 무사히 돌아와 전보다 더욱 성숙한 젊은이로 성장했음을 보여주는 환경이 자리잡힌다면 병역기피는 훨씬 줄어들 것이다. 병무비리 근절의 첫째 요건으로 이런 병영문화를 확립하는 일은 군을 개혁해야 할 정부의 책임이다.

둘째, 정부 여당은 지난 대통령선거 당시 김대중(金大中)후보가 내걸었던 병역실명제 공약을 지켜 공직사회에서라도 먼저 국방의무를 다한 사람이 명예롭게 대우받는 기반을 조성하기 바란다. 국회의원 등 선출직 공직자와 1급이상 공무원은 본인과 18세 이상된 아들 손자의 병역사항을 공개하도록 하는 내용의 법안이 국회에 계류중이다. 연좌제를 금지하는 헌법취지에 어긋난다는 등의 이유로 반대하는 의원이 있다고 하지만 공직자 재산공개제에 비추어 별 문제가 없을 것이다. 여야 의원들은 개혁입법 중 하나인 공직자병역공개법에 반대하는 어떤 논리도 설득력이 약하다는 점을 알아야 한다.

셋째, 공직사회의 병역실명제와 함께 일반 기업체도 이런 취지를 받아들여 사원들에게 군복무 기간을 호봉에 가산해 주어야 한다는 견해가 많다. 이에 재계가 인건비 상승을 이유로, 여성계는 성차별이라며 반대하고 있어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부분이다. 일정기간 국가를 위해 봉사하고 공동생활의 기율을 익힌 것은 직장인으로도 그만큼 더 대우받을 이유가 있다고 보아 진지한 검토가 필요하다는 생각이다.

그러나 어떤 이유로도 병무비리를 정당화할 수는 없다. 특히 사회적 신분이나 지위가 높은 사람일수록 그에 걸맞은 의무와 책임을 다해야 마땅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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