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시민의 발」지하철은 달려야

  • 입력 1999년 4월 14일 19시 50분


서울지하철공사 노동조합이 19일 이후 전면파업을 벌이겠다고 선언한 가운데 13일부터 이른바 ‘준법투쟁’을 벌이고 있다. 신호 통신 등의 업무를 부분적으로 거부한데 이어 15일부터는 역마다 30초씩 서는 지연운행을 벌인다고 한다. 노조는 권익을 확보하기 위해 실력행사에 나서는 것이겠으나 볼모가 된 시민들은 도리없이 불편을 견뎌야 할 판이다.

이번 사태는 지난2월 서울시 시정개혁위원회의 지하철공사 구조조정안이 나오면서부터 예견됐었다. 시정개혁위는 지하철공사가 부채 3조4천억원을 안고 있고 누적적자만 3조1천억원에 달하는 부실덩어리이기 때문에 정원감축과 정년단축을 통한 대대적인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이 구조조정안을 받은 지하철공사측은 노조측과 대좌하면서 ‘빚더미 위의 공멸(共滅)을 피하기 위해서는 3년간 2천78명을 감축하지 않을 수 없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노조는 오히려 ‘실업시대에 걸맞은 일자리 창출과 서비스개선을 위해서라도 기존 노조원의 근로시간단축 및 증원(1천4백2명)이 필요하다’고 맞섰다. 노조는 부실의 원인이 정부와 서울시의 지원부족에다 자율적인 책임경영이 이루어지지 않은데 있는데 인력감축만이 처방이 될 수 없다는 논리를 펴고 있다.

물론 첫발을 내디딜 때부터 빚더미 위에서 출발한 서울지하철이기 때문에 거기에 종사하는 노조원들도 요구사항을 충분히 관철하지 못했을 것이고 쌓인 불만도 없지 않으리라고 본다. 하지만 이번 사태만 좁혀서 볼 때 노조의 주장은 선뜻 이해가 가지 않는다. 우선 사상 유례없는 경제난 속에 공기업 사기업을 불문하고 제살을 깎아가며 살아남기 위한 구조조정에 나서는 판에 유독 지하철 노조만 사람을 늘리자는 증원 주장이 설득력이 있어 보이지 않는다.

나아가 쟁점의 하나인 체력단련비나 학자금 문제만 해도 그렇다. ‘좋았던’ 시절에는 단체협약에 따라 체력단련비 등을 받을 수 있었겠지만 이제 다같이 어려운 구조조정기에 그것을 깎는 문제로 파업으로까지 사태가 악화된다면 시민들은 이해할 수 없을 것이다. 노조는 다른 공기업과의 형평성도 검증해볼 일이다.

생존과 합리화를 위한 구조조정은 이 시대의 어느 직장, 어떤 직업인에게도 예외일수 없다. 더구나 이미 자본잠식이 완전히 진행된 빚더미 위의 공기업, 서울지하철 같은 조직이 구조조정의 예외로 살아남을 수도 없고, 남아서도 안된다. 지하철은 멈춰서는 안된다. 공사와 서울시는 만약의 사태에 대비, 시민의 불편을 최소화하도록 만반의 대비를 해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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