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1세기 유망직업]디지털 애니메이터

  • 입력 1999년 2월 9일 19시 05분


디지털 애니메이터 김현정(金炫廷·26). 경력 3개월째의 새내기다. 그는 요즘 밤샘작업이 한창이다. 만화영화 ‘원더풀 데이’ 제작팀에 합류했기 때문이다.

홍익대 미대를 졸업한 그는 1년 4개월 전만 해도 일반 회사에서 이벤트 일을 하고 있었다. 그러다가 97년 10월 회사를 그만뒀다.

그리고 대학 시절부터 동경해온 컴퓨터 그래픽 애니메이션 세계에 뛰어들기 위해 1년 동안 학원을 다녔다. 전 직장에서 모은 돈의 상당부분을 투자했고, 지금 그는 디지털 애니메이션 업체인 ‘페이스’에서 새로운 길을 걷고 있다.

디지털 애니메이션이 국내에 본격적으로 모습을 드러낸 것은 93년경. 그후 많은 업체가 생겨났다. 페이스 채널4 블루라인 애니맨 서울비전 CGI 비스 블링크 등 50여개 업체가 활동중이다.

정확한 통계는 아니지만 수준급의 디지털 애니메이터가 2백∼3백명에 이를 것이라는 게 업계의 추산.

물론 아직 전체 만화영화 제작에서 디지털 애니메이션이 차지하는 비중이 큰 것은 아니다. 수작업이 위주이고 컴퓨터 기술이 가미되는 형식이라고 보는 게 정확하다.

이렇게 제작되는 만화영화는 한해에 8백여편에 이른다. 미국 일본에 이어 세계 3위의 애니메이션 생산 대국인 셈이다.

그러나 대부분 하청작업 위주이다. 독자적으로 기획하고 제작하는 디지털 애니메이션은 10여편에 불과한 실정.반면 지난달 9∼17일 부산에서 열린 제1회 국제 판타스틱 애니메이션 영화제는 애니메이션이 21세기 영상산업을 이끌 것이라는 것, 그리고 디지털 애니메이션이 그 첨병 역할을 하게 될 것이라는 것을 입증했다.

게임, 캐릭터 사업 등과 연결돼 고부가가치를 낳는 분야로 자리를 잡아가고 있는 것이다. 애니메이션 소프트웨어의 업그레이드 속도가 빨아지고 있다.

디지털 애니메이션은 2차원(2D)와 3차원(3D)으로 구분된다. 2D와 3D를 결합한 애니메이션도 많다.‘이집트왕자’도그런사례다.

국내의 경우 현재로서는 2D가 일반적이며 ‘토이스토리’류의 3D 애니메이션 제작도 조금씩 이뤄지고 있는 상황. 대표적인 것이 페이스의 인터넷 드라마 ‘붕가부’다.

디지털 애니메이터의 일은 크게 △캐릭터를 만드는 모델링 △색깔과 질감을 주는 맵핑 △움직임을 주는 애니메이션 등으로 구분된다. 디지털 애니메이션 디렉터가 기획과 제작을 총괄 지휘한다.

그러나 디지털 애니메이션의 세계에 뛰어들려면 프로정신을 가져야 한다는 게 전문가들의 충고다. 밤샘을 밥먹듯이 하지만 보수가 높은 편은 아니다. 하청을 받아 근근히 유지하거나 돈을 모아 독자제작을 시도하는 경우도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컴퓨터는 수단이며 결국은 창작력의 승부라고 입을 모은다. 기능적으로 그림만 잘 그린다고 해서 경쟁력있는 작품이 나오지는 않는다는 것이다.

“미국 일본 만화를 모방하는 단계를 벗어나 우리만의 캐릭터를 만드는 창작애니메이션 전문가가 절실하다”는 영화진흥공사 황선길(黃先吉·60) 애니메이션 담당 전문위원의 말은 귀담아 들을 만하다.

〈정용관기자〉yongar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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