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람보식 통상압력

  • 입력 1999년 2월 3일 19시 05분


마침내 미국이 우리나라 쇠고기 수입판매제도를 불공정 무역관행으로 규정하고 세계무역기구(WTO)에 제소했다. 그동안 쇠고기 수입쿼터 이행과 추가 시장개방을 요구해 온 미국은 지난달 26일부터 워싱턴에서 열렸던 한미(韓美)쇠고기 협상이 사실상 결렬되자 한국을 WTO에 제소하는 극단적인 방법을 택했다. 이는 단순한 쇠고기수입 압력차원을 넘어서 한미간 모든 통상현안에 대한 본격적인 압력행사를 예고한 것이어서 주목된다.

쇠고기 수입판매제도와 관련, 미국의 제소 이유는 네가지다. 수입육 전문판매제도, 수입업체 제한, 양허수준을 넘어선 보조금, 쇠고기에 대한 수입부과금 부과 등이 그것이다. 그러나 한미 쇠고기협상의 최대 쟁점이었던 지난해 수입쿼터 미(未)소진량 이월문제는 제소대상에서 제외했다.

쇠고기 협상과 관련한 미국의 주장은 항상 지나친 것이었지만 이번에도 일방적 요구를 받아들이라는 논리로 일관했다. 수입육 전문판매제도만 해도 수입쇠고기가 한우고기로 둔갑해 팔리는 불법행위를 방지하기 위해 판매장소를 분리한 것일 뿐 차별이 목적이 아니다. 관세무역일반협정(GATT)규정 20조 d항에도 사기판매를 방지하기 위해 필요한 조치를 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다. 더욱이 수입육과 한우고기의 구별은 원산지 표기문제와도 관련이 있다. 수입부과금은 올해까지 징수할 수 있도록 미국과 합의한 것이며 WTO협정 타결시 공식적으로 인정된 것이다.

수입권을 축산물유통사업단과 9개업체로 한정한 것도 그렇다. 쇠고기는 2000년까지 수입제한품목이다. 일정한 기준에 따른 수입업체 제한은 한국정부의 배타적 권리다. 보조금 역시 국제통화기금(IMF) 한파로 소값이 폭락하자 작년 1년동안 WTO가 인정하는 최소허용 범위 안에서 이를 지급했던 것이다.

이미 예상했던 일이지만 올들어 전세계를 상대로 한 미국의 통상압력이 날로 거세지고 있다. 연초부터 철강수입과 바나나무역을 둘러싸고 일본 유럽연합과 한차례 무역분쟁을 일으키더니 이번에는 한국에 철강 의약품 신공항건설공단 한미투자협정 등과 관련한 문제들을 새롭게 제기하며 일방통행식 압력을 가하고 있다.

우리는 이에 굴복해서는 안된다. 상호호혜의 통상원칙에 충실해야 하며 명쾌한 대응논리로 당당히 협상에 나설 수 있어야 한다. 미국 역시 불필요한 무역분쟁으로 세계무역질서가 보호무역성향으로 나아가는 것을 앞장서 막아야 할 의무가 있다. WTO 출범의 주도적 역할을 한 미국이 다자간 통상협상의 원칙을 무시하고 쌍무협상과 무역보복에 매달리려 하는 것은 어떤 논리로도 합리화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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