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박인숙/『돈보다 소중한 교훈얻어 대견』

  • 입력 1999년 1월 27일 19시 30분


영민아, 한달 전 집에 늦게 들어왔다가 엄마한테 혼난 일 생각나지. 그날 따라 날씨가 몹시 추웠는데 엄마가 퇴근해보니 네가 집에 없어 혹시 무슨 일이 생긴 건 아닌지 얼마나 걱정했는지 모른다.

한참 뒤 네가 차갑게 언 손과 빨간 얼굴로 돌아왔을 때 사실은 반가우면서도 화가 났단다.

“엄마, 저 아르바이트 시작했어요.” 중학교 1학년인 너의 이 말을 처음 듣고 조금은 당황했다. 우리집 살림이 궁한 것도 아닌데 네가 돈을 벌겠다고 하니 말이다.

아빠가 안계신 친구와 함께 집집마다 광고전단지를 돌리는 아르바이트를 한다는 말을 듣고 솔직히 “남들이 보면 뭐라고 할까”하며 체면 문제만 생각했다.

그런데 하루도 빠지지 않고 하루 두 시간씩 열심히 일하는 네 인내심을 보고 엄마도 놀랐어. 사실 며칠 저러다 말겠지 하고 생각했었거든. 전단지 한장에 10원, 하루 2천∼3천원. 네 손으로 힘들게 돈을 벌어보니 이젠 주머니에 돈이 있어도 아까워서 쓸 수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니 돈 보다 더 소중한 교훈을 얻은 것 같구나. 네가 처음 받은 보수로 사다준 떡볶이가 이 세상에서 제일 맛있더라. 번 돈을 통장에 입금할 때마다 즐거워 하는 네 표정을 보면 엄마도 뿌듯하단다. 벌써 5만3천원이나 모았구나. 네 힘으로 배낭여행을 가겠다는 계획이 이뤄질 수 있도록 엄마도 옆에서 격려해줄게.

영민아, 아르바이트 때문에 공부 소홀히 하는 건 아니겠지. 엄마는 네가 벌써 어른이 된 것 같아 대견하고 사랑스럽단다.

박인숙(경기 광명시 옥길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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