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이야기/24일]앙상한 가지위 겨울햇살

  • 입력 1998년 12월 23일 19시 04분


옷을 벗은 겨울나무. 그 겨울나무에 하얗게 눈이 쌓이면 나무는 한 장의 그리운 편지(便紙)가 된다. 바람이 불 때마다 아득한, 먼 전생(前生)의 사연들을 쏟아낸다.

겨울나무는 발목까지 휘휘 감기는 바람과 함께 산다. 지난 계절의 밀린 생각들, 바람에 다 풀어낸다. 천지사방 까마득한 밤이면 날 선 칼바람은 이렇게 다그친다. 나무여, 아직은 깨어 있으라. 너무 깊이는 잠들지 마라. 기다리라 기다리라. 이 겨울에도 햇빛의 한 틈을 비집고 푸른 풀들이 살고 있으니….

맑음. 아침 영하5도∼7도, 낮 7∼13도.

나무들이 옹송그리고 있는 겨울숲. 그곳에서 시인(김백겸)은 지그시 눈을 감는다. ‘건드리면 가야금 소리가 나는 시간들이 눈부신 겨울이 되고 있습니다…’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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