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콕아시아경기]체육회담 몸다는 南 김빼는 北

  • 입력 1998년 12월 8일 19시 49분


남북 체육회담 재개는 ‘신기루’인가.

한국선수단 격려차 방콕에 온 신낙균문화관광부장관은 이번 기회에 북한의 박명철 체육상과 자연스레 만나 남북체육 교류의 물꼬를 틀 수 있지 않을까 은근히 기대했다. 그러나 기대가 크면 실망도 크다던가.

양측 장관이 처음 조우한 것은 6일. 개회식 참석차 주경기장으로 향하던 셔틀버스안이었다. 그러나 박체육상의 외면으로 두사람은 단 한마디의 인사조차 건네지 못했다.

다음날인 7일 남북이 맞붙은 여자소프트볼 경기장. 방콕 중심가에서 자동차로 1시간반 거리에 있는 경기장까지 신장관이 찾아간 것도 혹시나 박체육상 일행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해서 였다.

하지만 박체육상은 끝내 보이지 않았고 북한의 장웅 국제올림픽위원회(IOC)위원이 먼저 와 경기를 지켜보고 있었을 뿐이었다.

전날 버스안에서 모른 체했던 장위원은 이날은 신장관을 정중하게 대했다. 그러나 날씨 건강 등 시종 의례적인 이야기뿐 남북체육회담이니 교류니 하는 말은 할 엄두조차 못냈다.

신장관이 마음먹고 한마디. “기회가 오면 방콕에 오신 김에 남북체육관계자들끼리 한번 만났으면 좋을텐데요.”

그러나 장위원은 “다음에 자연히 그런 때가 오지 않겠습니까?”하며 애써 비켜갔다.

경기가 끝난뒤 장위원은 한국기자의 질문에 우렁차게 대답했다. “날씨 등 그저 가볍게 오가는 말만 했습니다. 체육교류 문제는 정치 군사적인 문제가 먼저 해결돼야 합니다. 아니 누굴 만나기 위해 아직도 승인을 받아야 한다면 그게 말이 됩니까?”

장위원이 열을 올리는 그 옆으로 단아한 모습의 신장관이 허탈한 표정으로 경기장을 빠져나가고 있었다.

〈방콕〓김화성기자〉mars@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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