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책방]「나무야 나무야…」등 동시집 3편

  • 입력 1998년 11월 30일 19시 30분


그런 동시가 있다.

세월과 함께 알싸하게, 알싸하게 가슴에 오래 남아 울림을 주는…, 한 구절 입에 ‘베어물면’ 절로 노래가 여울지는…, 그런 동시. 마치 ‘고향의 봄’에 돌아온 것 같은, 그때 그 시냇가 그 아지랭이 아른아른 피어오르는, 그런 동시.

시인 최계락의 ‘꼬까신’을 신어보자.

‘개나리 노오란/꽃 그늘 아래//가즈런히 놓여 있는/꼬까신 하나//아가는 사알짝/신 벗어 놓고//맨발로 한들한들/나들이 갔나//가즈런히 기다리는/꼬까신 하나’

이원수의 ‘찔레꽃’에선 싸아한 찔레 향이 맡아진다.

‘찔레꽃이 하얗게 피었다오./누나 일 가는 광산 길에 피었다오.//찔레꽃 이파리는 맛도 있지./남모르게 가만히 먹어 봤다오.//광산에서 돌 깨는 누나 맞으러/저무는 산길에 나왔다가//하얀 찔레꽃 따 먹었다오./우리 누나 기다리며 따 먹었다오.’

그를 빼놓고는 우리 아동문학을 이야기 할 수 없다는 이원수. 그리고 지금도 널리 낭송되는 ‘꼬까신’ ‘꽃씨’의 시인 최계락. 두 사람의 작품집이 나란히 선보여 눈길을 끈다.

웅진출판에서 펴낸 이원수 동시선집 ‘나무야 나무야 겨울나무야’(6,000원). 그리고 문학수첩에서 나온 최계락 유고 동시집 ‘꽃씨’ ‘꼬까신’(각권 5,000원).

초등학교 교과서에서 처음 만나, 지금껏 입가에 맴도는 동시 ‘꽃신’과 ‘꼬까신’. 최계묵의 시편들은 하늘하늘 바람결에 날라드는 맨드라미 꽃씨처럼 애잔하기만 하다.

아련한 그리움 속에, 더불어 함께 살아온 그때 그시절 우리들의 이야기가 실려온다.

‘순이네 집/담 너머/하얀/목련꽃.//주인 없는/집을 지켜/혼자/피었네.//봄 살기가 어려워/도시로 나간/순이는/지금쯤/뭘 하고 있는지.//아침/저녁/학교길에/정다운 그 꽃을,//순이야,/너를 보듯/보면서 간다.’(‘목련’)

열 여섯에 ‘고향의 봄’을 발표했던 이원수. 그는 아픈 현실과 역사를 뜨겁게 껴안았던 사실주의적 아동문학가였다. 그의 시는 ‘동심 천사주의’와는 거리가 있다. 거기에는 헐벗은 땅을 굳건히 딛고 새로운 세상을 열어가려는, 언땅을 뚫는 보리싹과도 같은, 힘차고 건강한 동심이 살아 숨쉰다.

‘이 추운 날도/언니는 지게 지고 나무 가셨다./호오호오 손 불면서/나무 가셨다.//솔밭 부는 바람은 위잉위잉…/골짜기 개울은 꽁꽁 얼어서/춥단 말도 안 나오는 저기 저 산.//해야/번쩍이는 해야,/좀더 내려와서/나무하는 우리 언니/쬐어나 주렴.’(‘나무 간 언니’)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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