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전비서관은 이 나라의 부정부패를 막는 일을 총괄하던 사람이다.
하지만 그는 재벌그룹의 화의신청을 돕는 대가로 1억원을 받았을 뿐만 아니라 대선자금모금에 개입했다는 검찰의 의혹도 사고 있다.
그에게 돈을 준 장진호(張震浩)진로그룹회장은 배전비서관의 ‘인격’이 아닌 ‘권력’을 보고 돈을 주었을 것이다.
권전부장은 ‘체제 내에서 정권 재창출을 위해 일하던 사람이 반체제적 인사들을 잡아넣던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처벌된 첫 사건’에 연루됐다.
국가보안법은 그동안 주로 반체제인사들에게만 적용돼 대표적인 ‘악법(惡法)’으로 불려왔고 시민단체들의 폐지운동이 끊이지 않았던 법이다.
국가보안법 수호의 최고 책임자인 그가 이에 얽혀 구속됐다는 것은 역사적 아이러니를 생각케 한다.
배전비서관과 권전부장은 무엇을 바라고 죄를 지었을까. 특히 권전부장은 차관 장관 안기부장을 거쳐 관직으로 치면 국무총리 외에는 더 이상 바랄 것이 없는 인물이다.
서민들에게 이들의 ‘범행’은 여태껏 누린 권력만으로는 뭔가 양에 차지 않는다는 권력자들의 끊임없는 ‘권력욕’으로 비친다.
존경할 만한 대통령을 갖지 못한 것만도 안타까운데 도덕적 의무를 다하지 못한 고위직 공무원까지 갖지 못한 것은 나라의 불행일 수밖에 없다.
부형권<사회부>bookum90@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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