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학교빚에 잡힌 등록금

동아일보 입력 1998-09-23 19:38수정 2009-09-25 00: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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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가까이 계속되고 있는 청주 서원대사태가 갈수록 미궁으로 빠져들고 있다. 지난해 2월 학교계좌에서 22억원을 채권자들에게 압류당하는 대학 초유의 사태가 벌어진 이래 재단퇴진을 요구하는 학생들의 수업거부 등으로 학교운영이 파행을 거듭해 왔다. 그런 가운데 이번에는 재단에 돈을 빌려준 채권자들이 아직 내지도 않은 학생들의 등록금을 미리 채권으로 압류하는 어처구니없는 일까지 발생했다.

관할 법원은 재단측이 채권자에게 돈을 갚지 않고 있기 때문에 등록금 납입 의무가 있는 학생들을 제3채무자로 보아 앞으로 낼 등록금에 압류결정을 내렸다고 밝혔다. 법적으로는 하등 하자가 없다고 해도 분규의 최대 피해자인 학생들까지 채무자로 몰리는 결과가 되고 말았다. 법원 결정에 따르면 학생들이 등록금을 채권자에게 직접 내지 않거나 법원에 공탁하지 않으면 개인통장을 가압류할 수 있어 학생들의 피해가 예상된다.

지난 1,2년사이 대학운영을 둘러싼 분규가 크게 늘어나고 있는 것은 대학사회가 치열한 경쟁체제에 접어들면서 과거 고속성장시대에 드러나지 않았던 대학운영의 문제점들이 표면화하고 있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많다. 가령 교육당국과 대학재단의 유착이나 문어발식으로 외형만을 불려온 ‘학원그룹’의 폐해 등이 그것이다. 이번 사태는 이런 대학운영의 난맥상이 막다른 골목에 와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 사례다.

어느 쪽의 잘잘못을 따지기에 앞서 사태를 이 지경으로 만든 대학측은 직접적인 원인제공자로 비난받아 마땅하다. 96년5월 부도난 대학을 인수한 현 재단측은 부채청산 등의 당초 약속을 제대로 이행하지 않았으며 채권자의 압류를 피한다는 구실로 등록금을 가차명계좌에 넣어 불법 운용하는 등 분규의 실마리를 제공했다. 아울러 지난해 학교계좌에 들어있던 22억원이 채권자에게 압류당하는 최악의 사태가 일어났는데도 1년7개월이 넘도록 수수방관해온 교육당국도 책임을 면할 수 없다.

그간 교육부가 서원대사태와 관련해 일관되게 보여온 입장은 ‘자율해결’이었다. 대학분규가 외부 개입없이 당사자에 의해 해결되는 것이 바람직한 일이긴 하지만 서원대의 경우는 그 단계를 넘어선지 오래다. 이번 사건으로 교육부는 더이상 머뭇거릴 명분이 없음이 드러났다. 이러고도 교육부가 나서지 않는다면 사태가 어디까지 악화될지 가늠하기 어렵다. 당국은 특별감사 등을 통해 빠른 시일 내에 학교를 정상화할 수 있는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 현재 진행중인 다른 대학의 분규타결을 위해서도 교육부의 적극적인 문제해결의지는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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