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씨이야기/17일]가을들녘 수놓은 오곡백과

  • 입력 1998년 9월 16일 18시 36분


늦더위도 한풀 꺾이는 듯, 반소매에 스미는 가을이 오소소 소름을 부른다. ‘황도(黃道)’를 달리는 낮과 밤은 이제 곧, 레이스의 반환점(추분·秋分)을 돌 터인데, 아직 한낮의 햇살은 바늘 끝처럼 쏜다.

들녘에선 늦장마로 볕에 주린 오곡백과, 그간 흐벅진 일광(日光) ‘보시(布施)’에 배가 부르다 하니, 참으로 모를 자연의 씀씀이여….

이 가을, 시인의 경탄. ‘하늘에 맹세한 순결에도 몸이 무거워진 사과나무!’(김상옥) 언제였던가, 지난봄 잉잉잉 꿀벌들의 외마디 소리…, 바로 그때, ‘그 임’이 다녀갔던가…. 맑음. 아침 13∼19도, 낮 24∼28도.

‘백조는 높이 날아 사라져 가고/외로운 돛단배 제 한몸을 가벼이 흐르건만/부끄럽도다, 달팽이 더듬이 위에서/반평생 헛이름을 좇았구나…’(김부식).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