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클린턴의 위기

동아일보 입력 1998-09-14 19:03수정 2009-09-25 01: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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빌 클린턴 미국 대통령이 ‘부적절한 성접촉’ 때문에 사임압력을 받고 있다. 의회가 탄핵을 거론하는 가운데 사퇴를 요구하는 시민시위도 등장했다는 보도다. 일반 국민의 경우 여러 여론조사에서 과반수가 클린턴의 대통령직 계속 수행을 지지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그의 지도력이 상당부분 손상된 것은 사실이다.

미국 의회와 언론은 클린턴이 이 사건과 관련해 위증교사 및 사법방해를 저질렀다며 진상을 철저히 규명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또 성추문을 계기로 지난 96년 대통령선거 때의 불법 자금모금 의혹까지 불거져 클린턴은 궁지에 몰리는 상황이다. 그러나 백악관은 클린턴의 행위 중 국가를 위태롭게 한 것은 없다며 스타 특별검사 보고서와 의회의 탄핵론을 반박했다. 한마디로 대통령의 직무와 사생활을 구분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최고지도자는 윤리문제에서 흠을 잡히지 않는 것이 이상적이다. 과오가 있다면 의회의 심판을 받아야 마땅하다. 그런 점에서 성에 대한 매카시즘이라는 비판이 나올 정도로 적나라한 스타 보고서가 미국 지도층의 도덕성에 큰 상처를 입힌 것은 미국으로서는 손실이 아닐 수 없다. 클린턴의 대통령 직무수행에 대한 미국민의 지지율이 조금씩 낮아지고 있다는 여론조사 결과도 관심거리다. 도덕성보다도 수완을 기준으로 대통령을 선택한다는 미국 유권자들이 결국 어떤 대응을 보일지 궁금하게 됐다.

다만 이 문제가 장기화하고 그로 인해 미행정부가 불안정한 상태에 빠지는 것이 미국이나 세계를 위해 바람직하지 않다는 것만은 분명하다. 우리가 미국의 성추문 정국에 관심을 갖는 이유는 미국 대통령의 지도력이 세계정세와 한반도 안보에 미치는 영향이 매우 크기 때문이다. 세계경제가 공황으로 빠져드는 것을 막고 북한의 핵개발 의혹을 해소하는데 미국이 중요한 역할을 해야 한다는 점에서 더욱 그렇다.

클린턴 행정부의 대북정책은 ‘소프트 랜딩(軟着陸)’이라는 말로 표현돼 왔듯이 충격을 완화하는 평화적 해결이 그 기조였다. 한국의 어깨 너머로 북한과 직접 협상해온 방식에 대해 논란도 없지 않았지만 제네바 핵합의를 타결지어 일단 위기를 해소하는 데 성공했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당장 다음달부터 재개될 북한과의 미사일협상과 한반도 평화를 위한 4자회담도 미 행정부의 주요과제로 떠올랐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 대통령의 지도력 위기가 오래 계속되는 것은 좋지 않다. 결국 미 국민과 의회, 그리고 클린턴 자신이 선택할 문제지만 대통령의 직무수행에 공백이 없도록 어떤 형태로든 빨리 결론이 나야 한다. 지금 세계는 미국을 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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