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英IISS 전략문제논평]이란개혁 보수파「역풍」에 주춤

입력 1998-09-04 19:40수정 2009-09-25 02: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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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아일보는 국제정세와 전략문제에 관해 세계적인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영국 국제전략문제연구소(IISS)와 독점계약으로 IISS의 간행물 전략문제논평(Strategic Comments) 중 ‘이란의 보수파와 개혁파’를 요약, 소개한다.》

취임 15개월이 지난 모하메드 하타미 이란대통령의 개혁이 보수파의 반대로 주춤거리고 있다. 이란의 젊은 식자층은 경제침체와 계속되는 문화 규제조치에 좌절하고 있으며 유가마저 추락, 사회불안을 조성하고 있다.

하타미대통령은 서방국가의 대(對) 이란 투자를 개방하고 미국과의 관계를 개선하는 등 이슬람 율법에 의해 묶여있는 사회적 도덕적 통제를 완화하려고 노력해왔다. 그러나 이렇다 할 성과를 내기도 전에 보수파들의 반발만 불러오는 결과를 낳았다.

이란 최고의 정신적 지도자인 아야톨라 하메네이를 정점으로 하는 보수파는 하타미대통령의 문화와 언론 자유화, 경제개혁, 대미(對美) 접근, 그리고 개인의 권리를 중시하는 정책에 반대하고 있다.

올 여름 이란에서는 하타미대통령에 저항하는 보수파의 반발을 보여주는 두가지 큰 사건이 발생했다. 하나는 6월22일 보수파가 장악한 사법부가 하타미의 측근이자 개혁파의 기수인 골람 호세인 카르바시 테헤란시장에 대해 횡령혐의로 5년형을 선고한 것. 7월21일에는 보수파가 장악한 의회가 개혁파인 압둘라 누리 내무장관을 물러나게 했다. 의회는 그러면서도 하타미대통령이 임명한 압둘바헤드 무사비 라리 후임 내무장관에 대한 동의안을 압도적 표차로 통과시켰다.

이는 보수파가 아직은 하타미와의 정면대결을 피하고 있다는 의미로 해석된다. 작년 67%의 지지율로 당선된 하타미대통령의 인기가 여전히 높기 때문.

보수파도 경제개혁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어느 정도 동의하고 있지만 가장 갈등을 빚고 있는 분야는 외교정책이다. 이론적으로는 대통령이 외교정책을 책임지고 있지만 실질적인 결정권자는 하메네이다. 보수파는 이란이 테러를 지원하지 않는다고 말하면서도 ‘어떤 수단을 동원해서라도’ 국가를 방어할 권리가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란 혁명수호위원회는 영국작가 살만 루시디에 대한 처형선고를 철회하지 않아 영국을 비롯한 유럽과의 관계 개선을 막고 있다.

이에 따라 호자톨레슬람 라프산자니 전대통령의 역할이 점차 중대해지고 있다. 3선 제한조치에 묶여 대통령에 출마하지 못했으나 라프산자니의 실용주의 노선과 지도력은 보수파와 개혁파 모두에 엄청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그는 정치권의 배후에서 막후 역할에 만족하고 있는 듯하지만 하메네이의 후계자가 되거나 2002년 대선에 출마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보수파와 개혁파 어느 쪽도 권력투쟁에서 아직 결정적인 전기를 잡지 못하고 있다. 그래서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상태인 이들의 싸움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는 전적으로 이란의 경제와 사회의 변화과정에 달려 있다.

실업률이 10%(비공식 집계로는 30%)에 이르는 가운데 향후 10년간 매년 84만여명이 새로 노동시장에 유입될 경우 사회불안이 극심해져 보수파와 개혁파가 모두 과격화할 가능성이 있다.

〈정리〓정성희기자〉 shchung@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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