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전미순/갑자기 쓰러지신 아버지

  • 입력 1998년 7월 20일 08시 15분


정말 악몽같은 날이었다. 친정 아버지께서 갑자기 쓰러지셨다는 엄마의 전화. “지금 동생하고 병원에 모셔가는 중이다. 또 전화하마.” 망치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듯 한참 동안 멍하니 전화기를 들고 있었다.

얼마 지나 전화벨이 다시 울렸다. 가슴이 철렁했다. “아버지가 위독하시다. 뇌출혈 이시란다.사람을 잘못 알아보셔….” 전주에서 광주까지 택시를 타고 달려갔다.

의식도 없이 병원에 누워 계시는 아버지. 수십년을 봉사활동과 환경정화위원회 일을 보시면서 집에서 사무실까지 자전거로 출퇴근을 하셨기에 우리 형제들은 아버지의 건강을 믿었는데. 자식들의 잘못이었다.

아버님이 쓰러지신지 2개월째. 퇴원을 하셨다. 병원에서 더이상 가능성이 보이지 않으니 퇴원하라는 말을 듣고 집으로 모셨다. 당뇨 치매 현상까지 보이시고 오른쪽 마비증세까지 왔지만 우리는 최선을 다하기로 했다.

대소변을 못 가리시더라도, 이대로 몇년간만이라도 우리 형제들 곁에 계신다면 뒤늦은 정성과 효도를 다하고 싶다. 아버지 한번만 기회를 주세요.

전미순(전주 완산구 중화3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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