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횡설수설]임연철/조치훈의 바둑신화

  • 입력 1998년 7월 15일 19시 31분


▼메이진(名人) 기세이(棋聖)전과 함께 일본의 3대 기전으로 불리는 혼인보(本因坊)전은 일본 최고(最古)의 역사를 간직한 기전으로 유명하다. 본래 혼인보라는 명칭은 초대 혼인보로 승려였던 가노(加納算砂)가 주석했던 탑당(塔堂)의 이름이었다. 17세기초 내란으로 쇠퇴하던 바둑계를 중흥시키면서 가노는 바둑 명가로서 혼인보가를 세웠다.

▼세습제였던 혼인보가가 얼마나 유명한지는 같은 시대 일본을 통일한 오다 노부나가(織田信長)가 1612년 천하의 고수를 모아놓고 메이진전을 연 후 21대 동안 6명의 메이진과 5명의 준(準)메이진을 배출한 데서도 잘 나타난다. 오늘날과 같은 기전이 된 것은 21대 혼인보 다무라(田村秀哉)가 1938년 은퇴하며 혼인보가의 모든 것을 일본기원에 헌납, 41년 마이니치신문이 주최하면서부터다.

▼전통의 혼인보전에서 조치훈(趙治勳)9단이 ‘10연패’의 대기록을 달성했다는 소식이다. 박세리선수가 연일 전해온 골프 신기록 뉴스와 함께 경제위기로 지친 국민에게 큰 위안을 주는 청량제가 아닐 수 없다. 조9단 이전에는 52년부터 60년까지 혼인보였던 다카가와(高川秀格)의 9연패가 최고 기록이었다. 6세 때인 62년 도일해 최연소 입단 등 각종 기록을 세운 조9단이 바둑역사에 새로운 위업을 추가한 것이다.

▼이미 조9단은 96년 3대 기전의 타이틀을 차지해 이른바 대삼관(大三冠)을 이루며 정상에 오른 후 지난 해까지 대삼관을 2년 연속 방어했다. 앞으로 메이진전만 이기면 3년 연속 대삼관이라는 또다른 신화의 주인공이 된다. 이달말 열리는 드모리에 클래식에서 박세리선수가 메이저대회 3연승의 신화에 도전해 성공하고 조9단 또한 3년연속 대삼관의 주인공이 되기를 기대한다.

임연철<논설위원〉ynchl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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