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책]「말놀이 나라 쫑쫑」

  • 입력 1998년 7월 13일 19시 18분


따끔이 속에 빤빤이, 빤빤이 속에 떫떠리, 떫떠리 속에 얌얌이는 뭐게?

그러면, 큰 솔밭 밑에 작은 솔밭, 작은 솔밭 밑에 오뚝이, 오뚝이 밑에 짭짭이는?

뭐? 모른다고?

밤송이를 봐. 생각만 해도 따끔따끔하지? 한꺼풀씩 벗겨보자구. 딱딱하고 빤질빤질한 껍질이 나오지? 그 다음엔 떫은 막. 그리고 어휴, 고소해!

큰 솔밭 밑에 작은 솔밭? 왜, 머리카락 밑에 눈썹이 있잖니? 다음엔 오뚝한 코. 그리고 그 밑엔 ‘냠냠짭짭’이 아니고 뭐겠어?

좀 쉬운 문제?

여름에는 파란 주머니에 은돈 열냥, 가을에는 빨간 주머니에 금돈 열냥인 것은?(고추) 초록색 집에서 빨간 옷 입고 새까만 아이들이 사는 것은?(수박) 더울 때는 눈물 흘리고, 추울 때는 좋아라 꽃가루 뿌리는 것은?(구름)

종일 수수께끼만 푸느냐고? 아니야, 아니야. 이건 어때?

‘옛날 옛적 갓날 갓적에/뽕나무와 대나무와 참나무가 살았대./하루는 뽕나무가 “뽀옹!”/하고 방귀를 뀌니까,/대나무가 “댁기놈!”하고 혼을 내더래./그러니까 참나무가 있다가,/“참아라,참아라!” 하더래요….’

그리고 또 이건?

‘달래 먹고 달려가자./쉬영 먹고 쉬어 가자./찔레 먹고 질러가자./앵두 먹고 앵도라져,/버찌 먹고 뻐드러져,/복숭아 먹고 복 받아,/살구 먹고 살았네….’

비룡소에서 펴낸 ‘말놀이 나라 쫑쫑’.

활자 안에 갇힌 답답한 이야기가 아니다. 살아 숨쉬는 이야기가 여기저기서 펄덕거린다. 어릴 적 할머니의 무릎에서 듣던 그 이야기들이 왁자지껄, 뛰쳐나와 신나는 놀이마당을 벌인다.

말놀이 고개와 수수께끼 고개, 이야기 고개를 번갈아 넘을 때마다 50여개 이야기 보따리가 잘 익은 석류 알처럼 톡톡, 터져나온다.

어린 시절 머릿 속에, 가슴 속에 쏙쏙 들어오던 그 이야기와 노래들. 쉬 잊혀지지 않는다. 그 모두엔 밤 한 톨, 콩 한 개도 나눠먹던 공동체의 숨결이 배어있다.

아이들이 우리 말 우리 글을 즐겁게 듣고 신나게 말하면서 자란다면 우리 말과 우리 글도 아주 밝고 튼튼하게 자랄 게 틀림없다.

여기에 자유분방하고 재기 넘치는 그림들이 색다른 맛을 자아낸다. 전래동화와는 어울릴 것 같지 않은 현대적 감각의 색과 터치가 묘한 조화를 일궈낸다. 허은미 구성, 곽선영 그림.

자, 다시 시작해볼까?

깊고 깊은 골짜기에서 피리 불고 나오는 것은? 뿌우우…웅, 방귀.

수수께끼는 이제 지겹다고? 그럼, 노래 한 마당.

‘메기 동동 파리 동동/가물치 동동 송사리 동동/먼 데 가면 똥물 먹고/이리 오면/단물 먹지/메기 동동 파리 동동/가물치 동동 송사리 동동…’

그래도 성에 안차? 좋아 좋아.그럼 아주 길고 긴…, 이야기를 들려주지.

옛날에 옛날에 저기 저 앞산에 눈이 새하얗게 쌓였지. 새하야면 영감이지. 영감은 꼬부라졌지? 꼬부라지면 지팡이지.지팡이는 길지? 길면 뱀이지. 뱀은 물지? 물면 호랑이지. 호랑이는 뛰지? 뛰면 벼룩이지. 벼룩은 붉지? 붉으면 대추지. 대추는 달지? 달면 엿이지. 엿은 먹지? 먹으면 밥이지. 밥은 새하얗지? 새하야면 영감―이지! 영감은 꼬부라졌지? 꼬부라지면 지팡이지….

이것 좀 봐요. 같은 말을 하고, 또 하고, 밤새도록 하니까 어느새 아이는 쌔근쌔근 잠이 들고 말았네….

말놀이 나라 쫑쫑/허은미 구성/곽선영 그림/비룡소 펴냄

〈이기우기자〉keywo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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