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눈]이철용/퇴출銀 부실 주역은…

  • 입력 1998년 6월 29일 19시 53분


동화은행 본점 농성장에서 만난 직원들은 얼굴을 붉히며 은행은 부실일지 몰라도 직원들은 절대로 부실이 아니라고 목소리를 높였다.

실제로 동화은행 직원들은 치열한 경쟁을 뚫고 선발된 사람들이다. 89년 9월 동화은행이 ‘제2의 신한은행 신화를 만들어내겠다’며 창업사원을 모집했을 때 시중은행의 행원이 몰려들었다.

은행원 생활 15년째라는 한 직원은 “사실은 개인적으로는 금융 구조조정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불법농성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부끄럽다”고도 말했다. 그는 “내가 부실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알리기 위해 농성장에 나왔다”고 말했다.

28일 밤 서울 세종로 본점 밤샘농성장에서 만난 동화은행 직원들은 “은행 경영진의 무능에서 비롯된 부실의 희생양”이라면서 “정부도 관치금융을 통해 동화은행을 벼랑으로 밀어놓고 이제 시장에서 나가달라고 요구한다”며 울분을 토로했다.

대다수의 행원이 동화은행의 퇴장을 안타까워하는 가운데 기민하게 보따리를 챙기는 모습도 보였다.

은행가에 따르면 동화은행의 일부 간부는 27일 자신들의 은행에 개설한 계좌를 깨 적금을 찾아갔다고 한다.

29일 0∼3시에 열린 지점장회의에서는 “특별퇴직금 지급에 따른 부담은 고스란히 정부의 재정 부담으로 전가되므로 인수은행인 신한은행도 특별퇴직금 지급에 반대하지 않을 것”이라는 논의가 난무했다.

정상적이고 합법적인 수단으로는 치유할 수 없을 정도가 된 금융구조의 현주소를 보여주는 대목들이다.

앞으로의 금융 구조조정은 금융기관의 숫자 조정이 아니라 운영 방식의 조정이 돼야만 퇴출은행 직원들의 저항이 사라질 것 같다.

<이철용 기자>lc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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