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통캠페인]야간 무단횡단은 「목숨건 모험」

  • 입력 1998년 6월 1일 20시 10분


지난 4월중순 어느날 오후 9시50분경. 회사원 박모씨(50)는 서울 노원구 상계동 왕복 6차로의 큰 길을 건너다 그만 교통사고를 당했다. 회사동료들과 회식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가던 길이었다.

사고 승용차 운전자 김모씨(36·회사원)는 시속 80㎞로 달리다 검은색 양복을 입고 무단횡단하는 박씨를 발견, 브레이크를 밟았으나 소용이 없었다. 불과 10m 앞에서 박씨를 발견했기 때문이었다. 급제동을 걸었지만 자동차는 그대로 박씨를 들이받았다. 결국 박씨는 병원으로 옮겨져 치료를 받던중 숨졌다.

이처럼 야간 교통사고는 보행자의 무단횡단과 운전자의 과속운전이 주요 원인이다. 운전자는 텅빈 도로를 마음 놓고 질주하고 보행자 역시 차량통행이 뜸한 틈을 타 슬쩍 도로를 가로지르다 사고를 당한다.

90∼96년 경찰청 통계에 따르면 우리나라 전체 교통사고 사망자 가운데 보행중 사망자가 40%정도다. 또 보행중 사망자의 60%는 야간에 사고를 당한 것으로 나타났다.

야간 보행자 사고의 첫째 원인은 무단횡단.

96년 한해동안 야간에 보행중 교통사고로 숨진 사람은 3천50명. 이 가운데 56%인 1천7백8명이 도로를 무단횡단하다 목숨을 잃었다. 이는 낮에 무단횡단하다 사망한 5백91명보다 2.9배나 많은 숫자.

야간 보행자사고는 또 치사율(교통사고 한건당 사망자 발생률)이 높다는 특징이 있다.

96년 보행자 교통사고 치사율은 야간 8.09%, 주간 3.91%로 야간이 2배이상 높았다. 야간 보행자 교통사고 발생건수는 3만9천4백74건으로 주간에 비해 17.4% 적었으나 사망자는 오히려 1천3백24명이나 많았다.

운전자의 과속 난폭운전도 야간 보행자 사고의 또다른 원인이다.

교통개발연구원 설재훈(薛載勳)박사는 “운전자들이 야간에는 교통법규를 무시하고 시내 도로를 시속1백㎞ 이상 질주하는 경우가 많다”며 “보행자들이 무단횡단을 자주 하는 곳에는 반드시 가드레일을 설치해야”한다고 말했다.교통전문가들은 또 “우리나라의 보행자 교통사고 사망률은 일본 등 교통선진국(20%)에 비해 배이상 높은 실정”이라며 “야간교통사고를 줄이기 위해서는 시내도로까지 무인단속카메라를 확대 설치하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헌진기자〉mungchii@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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