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인터뷰]「여고괴담」의 신참교사역 이미연

입력 1998-05-11 09:24수정 2009-09-25 13: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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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마다 화장실에 자살한 여학생 귀신이 나온다더라. 빨간 휴지줄까, 파란 휴지줄까….”

중고등학교때 한번쯤 들었음직한 이야기다. 도대체 여학교엔 왜 그렇게 귀신 소문이 많았을까. 귀신을 소재로 하여 이달말 개봉되는 영화 ‘여고괴담’(감독 박기형)의 이미연(27)도 세화여고 재학때 귀신얘기를 숱하게 들었다고 했다.

“학교가 학생들에게는 애증의 장소이기 때문이 아닐까요? 누가 누구를 좋아하고 미워하고 따돌리고, 또 선생님과의 관계는 얼마나 복잡해요. 편애, 구타, 성적에 대한 압박….”

입시만을 위한 불합리한 교육제도, 폐쇄적이고 관료적인 학교사회, 사춘기의 묘한 심리 등이 상승작용을 일으켜 ‘공포 분위기’를 자아낸다는 나름대로의 풀이.

여고시절 이미연도 결코 행복하지 않았다. 미스 롯데 선발대회에서 뽑힌 것이 고1때. 곧바로 드라마 ‘사랑이 꽃피는 나무’(88년), 영화 ‘행복은 성적순이 아니잖아요’(89년)로 주목받았지만 어린 나이에 스타가 된 탓에 안팎의 부담과 질시가 엄청났다.

그때를 떠올리며 작업한 영화 ‘여고괴담’에서 이미연은 모교에 갓 부임한 신참교사로 등장한다. 그런데 9년전에 학생이었던 그의 배신과 교사의 비인간적 차별 때문에 자살한 소녀가 나타나고…. 영화가 끝날 때까지 관객은 누가 귀신인지 모르는 상태에서 공포와 스릴을 겪어야 한다.

“영화를 찍으면서도 정말 무서웠어요. 학교 화장실을 못갔다니까요. 밤늦게 혼자 있으면 뒤에서 누군가 쳐다보는 것 같아 머리끝이 쭈뼛하고…. 또 귀신영화니까 당연히 밤촬영이 많잖아요. 긴장한 채 밤새우며 찍고 나면 전신이 아플 정도였어요.”

그래도 이미연은 영화에 출연할 때 자신이 살아있음을 실감한다고 했다. 작품에 몰입할 때와 아닐 때는 온몸의 세포가 달라지는 느낌. 남편(배우 김승우)에게도 “당신은 나를 행복하게 해주지만 나를 집중시키는 것은 영화”라고 말했을 만큼.

결혼 이듬해인 95년 ‘무소의 뿔처럼 혼자서 가라’를 성공적으로 해냈음에도 불구, 이미연은 슬럼프를 겪었다. 결혼한 여자에게 돌아갈 배역은 많지 않다는 이유. 일찍 결혼한 것을 후회하기도 했다.

“연기를 그만두면 나한테 뭐가 남을까 생각하니까 갑자기 눈물이 왈칵 쏟아지더라구요.”

새롭게 깨달은 연기사랑. 그후 ‘넘버3’ ‘모텔 선인장’에서의 열연 덕분에 지금 이미연은 행복하다. 영화를 위해 임신을 미루고 있을 정도. 워낙 자연스러운 탓에 “진짜 이미연네 얘기”라고 소문난 019 이동통신 광고 속의 아기는 물론 남의 아기다.

〈김순덕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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