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의 편지]김홍순/『험한 밭일 이제 그만하세요』

  • 입력 1998년 4월 23일 07시 59분


길가에 개나리가 흐드러지게 핀 것이 여인네의 한복깃처럼 나부끼는 4월이에요. 이제 고생은 다했나 싶더니 밭에서 일하시다 팔이 부러져 깁스를 하셨다는 말에 왜 그리 가슴이 미어지던지요.

아버지가 돌아가신 뒤 자식만을 키우며 살아온 세월이 어느새 이십오년이 지났군요. 어려서는 여자가 혼자 산다는 게 그렇게 힘든건지 제대로 알지 못했는데 결혼을 하고 가정을 꾸려보니 얼마나 힘든 건지 어렴풋이나마 알게 되었어요.

저희 오남매를 남부럽지 않게 키워주시고 제 짝 맞춰 하나둘 분가시킬 때까지 얼마나 힘드셨어요. 나이를 먹으면서 그런 어머니의 모습이 가슴깊이 다가옵니다. 어버이날도 다가오는데 늘 한쪽인 어머니의 모습…. 하지만 저희는 어머니가 제일 자랑스럽고 든든합니다.

결혼 1주년이 되어가는 요즈음 객지 생활에 바빠 자식된 도리나 제대로 하고 있는지 생각하면 죄송한 마음 뿐입니다. 힘들고 의지하고 싶을 때 수화기를 들고 수다만 떨다 끊곤 하는 막내딸. 어머니가 보내준 쌀이며 갖은 양념으로 생활하면서 늘 어머니의 따뜻한 품안에서 살아온 것 같습니다.

어머니. 오래오래 사세요. 저희들이 조금이나마 어머니의 은혜에 보답할게요. 이제는 너무 힘든 일은 하지 마시고 쉬엄쉬엄 사셨으면 해요. 굽어버린 허리와 마르신 체구를 보면 가슴이 아픕니다.제가 언젠가 어리광부리며 말했던 것 기억나시죠. 자식이 부모속을 안썩이는 것도 중요하지만 부모가 자식속을 썩이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구요. 그러니 오래오래 건강하세요. 어머니가 애지중지하는 막내아들은 저희가 잘 돌볼테니 염려 놓으시고요.

김홍순(서울 영등포구 여의도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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