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론]이동욱/IMF,고금리 고집하지 말라

  • 입력 1998년 3월 29일 20시 49분


지금 한국에 와 있는 모 외국상사 책임자는 ‘국제통화기금(IMF)은 한국을 도와주려는데 왜 위기의 주범(主犯)으로 모느냐’고 한국인의 편견을 비판했다고 한다.

그러한 편견을 가진 한국인이 혹시 있는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그러한 편견이 있을 법도 한 경제현상이 벌어지고 있다는 점을 간과해선 안될 것 같다. IMF협약이 이루어지고 나서 환율은 1달러에 1천9백원대까지 급등했으나 지금은 1달러에 1천3백원대로 내렸고 주식값은 종합주가지수가 300대로 폭락했다가 지금은 500대로 회복하기는 했다.

▼ 13%돼야 부도사태 막아 ▼

그러나 환율 주가가 이처럼 널뛰듯하는 것을 기화로 외국인 투자가들은 외환 시장에서의 환차익(換差益)에 흐뭇해 하고 있으며, 주식시장에서는 SK텔레콤 등 짭짤한 기업들이 외국인들의 주식 지분(持分)이 경영권을 넘볼 만큼 커졌다고 벌벌 떨고 있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그 뿐만이 아니다. 서울 테헤란로(강남구삼성동)에선 빚 독촉에 찌든 기업들이 평당 8천만원을 호가하던 금싸라기 땅을 반값도 채 못받고 외국인들에게 투매하고 있는 것을 보는 한국인의 심정은 뉴욕의 록펠러센터가 일본의 미쓰비시 부동산에 팔려가는 것을 보던 미국인의 심정보다 더 아플지도 모른다.

왜 이러한 현상이 일어나고 있는가. IMF협약 직후 한때 연 30%까지 치솟았던 금리가 지금은 18.50%까지 내리긴 했으나 그나마 부도나 막자고 빌리는 돈이지 기업을 연명시키기엔 태부족이다.

즉 고금리가 계속되는 한 한국의 기업들은 다 쓰러질 것이라는 우려가 결코 기우(杞憂)로만 치부할 수도 없는 실정인 것이다.

그러므로 IMF측이 한국 경제를 살리고자 한다면 고금리 권고를 철회하도록 하고 특히 최소한 금리수준을 13%선까지 내리도록 영단을 내려야만 한다는 생각이다.

그러기 위해서는 환율을 1달러에 1천3백원대 아래로 유도해야만 하겠고, 그러자면 세계은행 차관(20억달러) 및 서방선진7개국(G7) 국가들의 공동차관(80억달러) 등이 하루빨리 들어오도록 협력을 아껴서는 안된다.

지금과 같은 고금리와 고환율 아래에서는 살아남을 기업이란 몇개 안될 것이기 때문에 도산(倒産)하는 기업들이 마구 파는 주식과 땅을 외국인들이 헐값에 사보았자 실업자가 2백만명(모건 스탠리사 전망)을 웃도는 사회 정치 불안속에서 비즈니스가 제대로 돌아가지 못할 것은 뻔한 노릇일 것이다.

국제결제은행(BIS)지침(자본금의 대출고에의 8%)을 꼭 지키라는 권고를 받아들여야만 하나 흑자 기업에도 돈을 빌려주지 못할 정도로 그의 준수를 강요하여 흑자도산까지 불가피하게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못한 처사다.

하기야 은행을 살리려면 BIS지침을 지켜야만 하겠고 기업을 살리려면 BIS지침을 지킬 수 없다는 딜레마에서의 살 길은 오직 운용의 묘(妙)뿐이라는 점을 IMF 관계자들도 헤아려야만 하겠다. 현 고금리는 수많은 원인에 의해서 복합적으로 빚어진 것이지만 BIS지침의 엄수를 경직되게 강요하는 것도 한 몫을 하고 있다는 점을 간과할 수 없다.

▼ BIS준수도 운영의 묘를 ▼

물론 IMF 지원이 없었더라면 국가부도(Default)로 한국경제가 파국으로 침몰했을지도 모른다. 이만큼이라도 견디고 있는 것도 IMF의 덕분임을 모르는 바 아니다.

그러나 IMF 지원의 유종지미(有終之美)를 거두기 위해서도 고금리 권고에 대해서는 지혜로운 재검토가 있어야 한다.

IMF처방이 관치금융에 신음해온 한국경제의 중병을 치유하는데 특효가 있을 것을 의심치 않으나 고금리를 고집하다가는 기필코 역효과를 낼 것이라고 우려한 나머지 고언(苦言)하는 바이다.

이동욱<언론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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