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지서 만난 사람]제천 거문골 하경백씨

  • 입력 1998년 3월 26일 07시 57분


“명예퇴직과 정리해고가 없는 ‘땅’을 함께 일굴 실직자를 찾습니다.”강원도와 충청북도 경계에 위치한 충북 제천시 백운면 운학1구.

전국에서 몇안되는 원시림이 보존돼있는 백운산 계곡사이로 흐르는 물을 따라 수줍은듯 들어앉아 있는 작은 벽돌집. 18년의 직장생활과 서울을 훌쩍 떠나와 이곳에 자리잡은 하경백씨(44)집이다.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쌍용종금에서 근무하던 하씨가 귀농을 준비한 것은 8년전. 스트레스를 이기려 폭음을 해 간이 안좋아진 그는 병도 고칠 겸 자연식을 한다는 사람들이 있다는 얘길듣고 이곳 제천에 처음 발을 내디뎠다.

그후 무공해 원시림과 맑은 공기를 가진 대자연에 반해 저축한 것을 몽땅 털어 4천여평의 땅을 사뒀다. 그동안에는 집만 지어놓고 주말마다 오갔는데 지난달엔 아예 회사에 사표를 쓰고 짐을 싸들고 내려왔다. 초등학교 중학교 다니는 아이들과 아내는 일단 자리가 잡히는대로 부를 예정.

하씨는 그동안 버려져 있던 땅에 비닐하우스를 치고 토종닭 3천마리를 키울 계획이다. 서울에서 2시간 남짓 걸리는 이곳까지 닭사료를 운반하기 위해 1t트럭도 장만했다. 오다가다 들르는 사람들을 위해 민박도 한다.

세끼 식사 모두 제공하고 하룻밤 재워주는데 5천원. 특히 실직자들이 가족과 함께 쉬러 온다면 대환영이다.

인적없는 곳에 사는 하씨에게 가장 견디기 힘든 것이 외로움. 이 때문에 자신과 처지와 연배가 비슷한 명예퇴직자나 실직자 10여명에게 5백여평씩 무상으로 임대해줄 생각이다. 함께 기거할 수도 있고 일주일에 절반만 농사짓다 서울로 출퇴근할 수도 있다고 한다.이미 알음알음 소식을 전해들은 전직 호텔주방장, 이벤트회사 직원 2명이 하씨와 합류한 상태.

“함께 사는데 까다로운 조건이나 절차는 없지만 반드시 장시간 면접을 통해 농사에 대한 의지가 얼마나 있는지 테스트할 것입니다.”

연락처 서울 02―452―1637, 현지 0443―42―5726, 45―2096

〈제천〓허문명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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