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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3월 22일 19시 53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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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건은 아직 완전히 규명되지 않았다. 자살기도였는지, 충동적인 일이었는지, 계산된 행위였는지도 엇갈린다. 그러나 동기와 배경이 어떻든 권씨의 행동은 국가정보기관의 최고책임자를 지낸 사람으로서 떳떳하지 못했다. 자신이 관련된 여러 혐의에 대해 사실은 사실대로, 사실과 다르다면 다른 대로 국가와 역사 앞에 진실을 밝히고 그에 합당한 처분을 수용하는 것이 공인다운 자세다.
검찰조사에서 권씨는 재미교포 윤홍준(尹泓俊)씨의 김대중(金大中)후보 비방 기자회견을 사주하고 그 대가로 25만달러를 주도록 했다는 점을 시인했다고 한다. 그렇다면 다른 혐의에 대해서도 진부(眞否)를 밝혀야 했다. 권씨는 건강이 회복되는 대로 수사에 성실히 임하기 바란다. 수사에 미흡한 것이 있다면 재판과정에서라도 진실을 증언해야 한다.
이번에 검찰은 중대한 허점을 드러냈다. 검찰은 권씨의 명예를 존중해 정밀수색을 안 했다지만 그것이 피의자조사의 기본수칙을 무시해도 좋다는 설명이 될 수는 없다. 중요 피의자가 검찰청사 안에서 그런 행위를 하게 했다는 것은 그 무엇으로도 납득하기 어렵다. 검찰에서 응분의 문책과 수사체계의 재정비가 뒤따라야 한다. 그러잖아도 새 정부의 관리능력을 불안하게 보는 국민이 늘고 있다.
권씨 사건으로 ‘북풍의혹’을 둘러싼 정치공방이 다시 확산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여권은 ‘수구세력의 저항’에, 야당은 ‘정치보복적 수사’에 초점을 맞추며 새롭게 대치하고 있다. 그러나 본란이 이미 지적했듯이 ‘북풍회오리’를 정치적으로 확대하는 것은 국익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정치권은 과잉대응을 자제하고 진상규명이 차분히 마무리되도록 협조해야 옳다. 수사당국은 정치적 고려를 철저히 배제한 바탕에서 실체적 진실을 신속하게 규명하고 엄정하게 처리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이번 수사 자체도 언젠가 재규명의 도마에 오를지 모른다.
지금 국정의 최우선 과제는 국력을 모아 경제를 살리는 일이다. ‘북풍의혹’은 남김없이 밝히되 그것이 정치불안과 경제위기를 심화시켜서는 안된다. 정치권의 신중한 접근과 수사당국의 엄정한 자세를 거듭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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