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0대 공간]「블랙마리아」,국내외 희귀영화만 상영

  • 입력 1998년 3월 17일 20시 02분


영화광 변민식씨(33·유통업)의 퇴근길. 오늘은 왠지 집에 바로 들어가기가 싫다. 아내에게 질려서? 아니다. 남자라면 뭔가 센티멘털 비슷한 걸로 방황하다 궁상맞게 귀가하고픈 때가 있다. 그럴 땐 가노라. ‘블랙 마리아.’

PC통신(천리안 GO screen, 20번 게시판)에서 어젯밤 체크한 일정표를 떠올리는 변씨. ‘오후 7시였지’ 발길을 재촉. 10분 늦었던 저번엔 “열중하는 손님에 방해된다”며 문도 안열어 줬다.

노란 철문. 그 위 커다란 포스터 속엔 숀 코너리가 한쪽 눈을 유치하게 찌푸리며 “닥터 노(No)”하고 섰고. 문을 여니 바닥만 빼고 벽 천장이 온통 ‘중독된 사랑’ ‘모던 타임스’ ‘카사블랑카’ ‘전사의 후예’ ‘바톤 핑크’…. 수백장의 영화포스터로 도배된 그립던 12평. 이미 30명 남짓 손님들로 가득 찼다.

“마침 잘 오셨네. 저번에 리퀘스트(신청)하신 영화 곧 시작할 거예요.”

주인 조윤경씨(32). 홍익대 미대 출신의 올드 미스. 영화에 미쳐 국내외 희귀작만 4백편 넘게 갖고 있다.

이윽고 33인치 브라운관엔 스탠리 큐브릭의 ‘샤이닝’이 펼쳐지고.

‘저거 타고 놀 땐 신경쓸 거 없었는데….’

꼬마가 세발자전거 타는 장면을 바라보던 변씨는 어느새 19년 전 봄, 규율선생님 몰래 동네 동시상영극장에서 뚫어져라 스크린을 쳐다보며 오란씨와 팽이과자를 먹던 중2가 돼 있었다.

낮12시∼밤12시 연중무휴. 영화는 하루 3,4회. 02―3141―3010(영화상영중에는 전화를 내려 놓으므로 마지막 영화가 끝나는 오후10시경 전화해 다음날 상영시간을 체크)

〈이승재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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