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경제정책 혼선 없게

  • 입력 1998년 3월 4일 19시 46분


새 정부의 경제팀이 진용을 갖추었다. 전 현직 관료에서부터 정치인 경제학자 전문경영인 등이 다양하게 기용됐다. 출신 성분과 색깔도 보수 중도 진보적 인사가 함께 포진해 있다. 한편으로는 균형과 조화를 이루었다고 할 수 있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정책결정 구조가 다원화한데다 상호 견제구도가 두드러져 정책의 일관성과 종합성을 어떻게 갖출 것인가가 새로운 과제로 등장했다.

또 정치인 출신이 다수 포함돼 전문성 결여와 함께 자칫 경제정책이 정치논리에 이끌릴지 모른다는 걱정도 앞선다. 새 경제팀은 원활한 팀워크와 정책조화로 이같은 의구심을 씻어내야 한다.

새 경제팀이 풀어야 할 과제는 수없이 많다. 그러나 최우선 과제는 금융 외환위기 타개와 재도약을 위한 경제 전반의 구조조정임은 두말할 나위가 없다. 새 경제팀을 사실상 이끌 이규성(李揆成)신임 재정경제부장관도 이같은 정책방향과 목표를 분명히 했다. 그는 당분간 새로운 정책을 내놓기보다 외환유동성 확보를 통해 당면한 금융 외환위기를 타개해나가는 데 정책의 초점을 맞추겠다고 밝혔다.

경제위기가 환란(換亂)에서 비롯되었고 현재도 외환위기의 와중에서 완전히 벗어나지 못했음을 감안할 때 이같은 방향 설정은 옳다. 새 경제팀은 단기외채의 만기연장을 차질없이 추진해야 함은 물론 경상수지의 흑자기조 유지에 정책역점을 두어야 한다. 그러나 외환위기 타개만으로 경제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다.

외환위기 관리, 수출확대, 물가 및 자금시장 안정이 현안과제라면 경제체질을 강화하기 위한 금융개혁 기업구조조정은 구조적 과제다. 여기에다 고용안정 및 실업대책도 빼놓을 수 없다. 한마디로 새 경제팀은 국제통화기금(IMF) 체제 하의 위기를 관리하면서 구조조정을 지속적으로 추진하고 중장기적으로는 성장기반을 확충해 나가야 한다. 어느 것 하나 쉬운 일이 아니지만 한국경제의 회생과 재도약을 위해서는 필수불가결한 과제들이다.

이 과정에서 가장 우려되는 것이 정책혼선이다. 정권인수 이전에 이미 수많은 개혁 과제들이 나왔지만 앞뒤가 안맞고 상호모순되는 정책들도 많았다. 새 경제팀은 정책의 우선순위를 분명히 하고 과제별 해법과 시간표를 새로 제시해야 한다. 정책이 일관성과 투명성을 잃고 시장경제원리에 따른 시스템마저 갖추지 못한다면 또 한번의 정책실패를 부를 위험이 있다.

그러잖아도 경제사령탑이 없어 정책조화를 어떻게 이끌어낼지 걱정하는 사람이 많다. 정책결정 구조마저 다원화된 상황에서 각개약진식 정책남발에다 부처이기주의와 정치논리까지 편승한다면 합리적인 정책조정은 기대할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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