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입력 1998년 3월 4일 19시 46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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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가 있는 자리에서 남편의 독설은 끊이지 않는다. 물론 아내의 반박도 만만치 않다.
“아니, 내가 무슨 심리학자나 독심술가도 아닌데 얘기 안하는 것까지 어떻게 일일이 다 알 수 있습니까. 괜한 신경질이고 트집이지요. 보기 싫으면 싫다고 할 일이지.”
두 사람의 싸움은 끝없이 이어진다.
흔히 이심전심이라고 한다. 남편과 아내는 무촌이라고도 한다. 그래서 말로 안해도 서로의 마음을 알고 또한 내 마음과 상대방의 마음이 같기를 바란다. 그것이 이뤄지지 않으면 서로가 무심해졌느니, 연애할 때는 안그랬는데 사람이 변했다느니 하는 원망이 생겨난다. 연애 시절이야 모든 관심이 상대방에게 가 있으니 마음을 읽는 것이 당연하다.
결혼하면 상황이 달라진다. 언제까지나 상대에게만 마음을 기울이고 있을 수는 없다. 당장 해결해야 할 현실적인 걱정이 마음을 가리므로 상대방의 일거수일투족이 눈에 들어오지 않는 것은 당연하다. 그런데도 미처 표현하지 못한 것까지 알아서 해달라는 것은 지나친 욕심이다.
인간이 왜 말을 할 줄 알게 되었는가. 원하는 것을 명확히 전달하라는 뜻 아닌가. 어느 때는 환자들도 “말 안해도 내 마음 아시겠죠?”라고한다.나는 이렇게 대답한다.
“당신이 표현하는 만큼만 알 수 있을 뿐입니다.”
양창순<서울백제병원 신경정신과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