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언대]이광수/근면성-불굴의 의지 되살리자

  • 입력 1998년 2월 28일 19시 43분


지난 1월말 뉴욕에서의 장기부채협상이 기대했던 것보다 만족스럽게 타결되어 우리 국민은 안도의 숨을 쉬었다. 그러나 1월말 도산한 기업체 수는 사상 최대인 3천3백23개에 달했다. 이달의 실업자 수도 93만명으로 전달에 비해 27만명이 늘었다.

더구나 국제통화기금(IMF)과의 거시경제지표 재조정 과정에서 금년 경제성장률 1%, 실업률 5%, 물가상승률 9%로 잠정 예측한 것을 보더라도 드디어 우리 경제에도 인플레이션과 디플레이션의 복합현상인 스태그플레이션이 나타나고 있는 듯하다. 한가지 다행인 것은 IMF 요구에 의해 30%이상으로 상향 조정되었던 금리가 이사회 결과에 따라 단계적으로 인하될 것이라는 점이다. 이는 그동안 고금리의 어려운 국면에서 헤어나지 못했던 기업들, 특히 중소기업엔 더없이 반가운 일이다.

그동안 선단(船團)식 경영을 해 온 재벌들의 무차별한 차입경영으로 인해 금융기관들까지 부실경영 사태로 몰고갈 뻔한 책임은 대기업과 정부가 당연히 져야 한다.

다만 우리보다 먼저 두번이나 국가부도 위기에 몰려 IMF로부터 구제금융을 받았던 멕시코가 과감한 시장개방과 금융개혁, 노동혁신 정책을 편 결과 IMF자금 전액을 조기상환하며 경제위기를 극복했다는 사실을 타산지석으로 삼아야 할 것이다.

우리 민족은 마음만 먹으면 특유의 근면성과 불굴의 의지력을 발휘, 멕시코보다 더 빠른 기간내에 거듭날 수 있다고 본다. 이를 위해서도 이번 기회에 우리에게 은연중 내재하고 있는 도덕적 해이(解弛)와 역선택 현상을 뿌리뽑아 버려야 한다. 최근 발표한 ‘아시아에서는 무엇이 일어나고 있는가’에서 폴 크르그만 교수는 한국 등 아시아의 금융 및 외환위기는 그 지역 민족들의 특이한 도덕적 해이에 주된 원인이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우리가 경청해야 할 대목이다.

온 국민이 고통을 받는 와중에 그것을 이용해 반사이득을 보겠다는 의식, 나하나쯤이야 하는 태도는 나라에 큰 해악을 끼친다는 것을 깨달아야 한다. 우리 모두 양심에 비추어 일말의 가책이 없는 경제행위를 함으로써 남을 위하고 국가를 위하는 것이 결국 자기의 행복을 보장할 수 있다는 넓고 큰 도덕적 의식을 가져야겠다.

이광수<대천실업 상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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