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꼭 선머슴애 같아.” “머리를 기르면 훨씬 미모가 돋보일텐데….”
98한국배구 슈퍼리그에서 팬들은 여자선수들의 플레이에 갈채를 보내면서도 “선수들이 너무 몸치장에 신경을 안쓰는 것같다”고 안쓰러워한다. 그러나 모르시는 말씀.
여자실업팀 선수들에겐 불문율이 있다. 입단 5년차가 될 때가지는 화장을 하거나 머리를 기를 수 없다는 것. 이를 어겼다가는 선배들의 따가운 눈총속에 눈물깨나 흘려야 하고 결국은 제대로 선수생활을 하기 힘든 지경까지 간다.
화장과 머리 기르기는 여고를 졸업한 사회 초년병들의 즐거움. 선수들에게서 이 즐거움을 빼앗는 이유는 자칫 다른데 눈을 돌렸다가는 혹독한 훈련을 이겨내지 못해 중도탈락할 수밖에 없다는 것.
그렇다고 해서 방법이 없는 것은 아니다. 외출한 뒤 몰래 화장을 했다가 숙소에 들어오기 전 깨끗이 지우는 편법을 동원, 예쁘게 꾸미고 싶은 욕구를 채운다.
〈권순일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