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정부에 바란다 ⑥]이용태/21세기의 승부 「정보화」

  • 입력 1998년 2월 15일 21시 01분


우리는 지금 외환위기로 시작된 경제대란에 시달리고 있다. 그러나 고개를 들고 조금 앞을 내다보면 정보화 사회라는 밝은 미래가 우리를 기다리고 있다. 우리가 본격적으로 산업화를 시작한 60년대는 유별난 교육열과 양질의 노동력 이외에 우리가 성공할 수 있는 요인이란 별로 없었다. 그에 비하면 지금 우리는 정보화 사회에 진입하는 데 있어 월등히 유리한 조건들을 구비하고 있다. 만일 확고한 비전과 잘 짜인 전략만 들고 나온다면 우리는 진정한 의미로 선진국 진입이 가능한 밝은 시점에 와 있는 것이다. 지금 모든 사람들이 국제통화기금(IMF)의 불을 끄는 데 정신이 없다. 그러나 이것은 따지고 보면 단순히 과거의 잘못을 시정하는 것에 불과하다. 이와 병행하여 정보화 사회에 대비한 새로운 패러다임의 창출이 필요하다. 우리는 지금 콜럼버스가 신대륙을 발견했을 때와 비슷한 시대를 맞이하고 있다. 콜럼버스가 발견한 것은 서구문명의 발이 미치지 못한 미개한 사회였지만 우리가 발견한 새로운 공간은 컴퓨터통신을 타고 올라가기만 하면 펼쳐지는 무한히 넓은 공간이다. 한 예로 인터넷을 통해 서울대 도서관에 들어가 보는 것과 하버드대 도서관에 들어가 보는 것은 시간차이도 나지 않고 비용차이도 나지 않는다. 또 하루에 한번 들어가 보는 것과 백번 들어가 보는 것의 통신비가 다르지 않다. 이것은 우리가 알고 있는 거리와 비용의 개념이 전혀 달라지는 새로운 세계, 새로운 공간(사이버 스페이스·Cyber Space)이다. 미국의 어떤 사람은 아마존이라는 책방을 이 사이버 스페이스에 개설했다. 인터넷을 통해 이 책방에 들어가면 2백50만 종류의 책이 있다. 누구나 세계 어디서나 크레디트카드 번호만 대면 책을 살 수 있다. 이 서점을 낸 사람은 책가게도, 책도 갖고 있지 않다. 다만 컴퓨터 데이터베이스상에 이름을 넣고 주문하는 사람과 출판사를 연결해 주는 것으로 사업을 일구었다. 지금 아마존은 세계의 가장 큰 책방이 됐다. 일본 시골에 있는 한 화학 시약회사는 사이버공간에 가게를 내고 이런 광고를 띄웠다. “우리 회사의 화학 시약을 주문하면 아무리 소량이라도 세계 어느 곳이든 3일이내로 배달하겠습니다.” 이 때문에 작은 시골도시에 국한되었던 상권이 전세계 인터넷 손님에게 넓혀진 것이다. 이 회사는 돈은 크레디트카드로 받고 배달은 항공운수회사에 맡겼다. 미국의 웰마트백화점은 P&G사로부터 어린아이 기저귀 공급을 받고 있는데 선반의 재고가 줄면 공급자가 컴퓨터의 지시에 따라 물건을 가져다둔다. 또 물건이 팔리면 자동적으로 대금이 백화점에서 납품업체로 넘어가기 때문에 양사 사이에 인력이 필요없고 재고관리가 따로 필요없다. 따라서 웰마트의 1인 생산성은 우리나라 백화점의 1인 생산성보다 10배가 넘는다. 대한민국 중소기업의 모든 제품을 묶어서 데이터베이스로 만들어 인터넷에 띄우면 어떻게 될까. 이태원시장을 전세계 수만개의 거리에 차려놓은 것과 같은 효과가 생겨 매상고는 폭발적으로 확대될 것이다. 앞으로는 정부도 사이버 스페이스에 올라가야 한다. 그러면 사무실에서는 종이가 없어지고 국민은 집에 앉아 정부에서 하는 대부분의 서비스를 받을 수 있게 될 것이다. 정보화는 농업 공업 등 기존산업의 생산성을 비약적으로 발전시킬 뿐만 아니라 행정 교육 등 사회전반의 생산성을 극대화할 수 있다. 그러나 그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은 정보산업이라는 새로운 산업이 농업이나 공업보다 더 커진다는 사실이다. 미국 일본 유럽에서는 정보산업 특히 소프트웨어산업이 벤처비즈니스의 주종을 이루고 새로운 고용을 창출해 내고 있다. 따라서 21세기 우리의 비전을 정보화와 정보산업육성을 통한 선진국이 되어야 한다는 것으로 잡아야 한다. 새 대통령은 선거공약에서 정보화에 노력하고 정보산업을 일으킬 것을 약속했다. 이것이 꼭 실천되기를 간절히 바란다. 우리는 지금 매우 어려운 국면을 맞고 있기 때문에 너무 현재에 몰두하여 미래를 소홀히 할까 겁이 난다. 많은 사람들이 당면한 문제해결에 매달리는 것은 어쩔 수 없겠지만 대통령만은 미래를 향해 비전을 제시하고 국민을 고무하는 영도력을 발휘하는 것이 절대로 필요하다고 본다. 이용태(㈜삼보컴퓨터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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