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자수필]이강신/딸아이 기르는 기쁨

  • 입력 1998년 2월 12일 08시 27분


딸아이가 하나 있다. 아들을 둘이나 낳고 얻은 딸이라 그런지 아이를 낳던 날은 얼마나 기뻤는지 모른다. 동료 직원들에게 술자리도 마련했고 퇴근해서 돌아오면 딸과 놀아주는게 유일한 낙이었다. 딸아이가 점점 자라 유치원에 들어갈 때에는 얼마나 신기했는지. 텔레비전광고만 보고 한글을 거의 쓰고 읽는 것이었다. 삐뚤삐뚤 그리듯 쓰는 글씨였지만 너무도 신기해서 엉덩이를 토닥거려 줬다. 딸아이를 기르다보니 잃을 뻔했던 또다른 행복도 얻었다. 아들만 기를 때는 남자아이들 물건만 보이더니 딸을 기르면서 백화점이나 시장에서 여자아이들 옷가게도 눈에 띄고 곱고 예쁜 옷을 보며 딸아이의 모습을 떠올리는 기분은 길러보지 않은 사람은 모른다. 그 아이가 자라 벌써 고3이 됐다. 입시로 힘들어 하지만 오빠들이 입대한 뒤 쓸쓸해 하는 엄마 아빠 마음을 헤아려 주려고 얼마나 애를 쓰는지 모른다. 큰 엉덩이를 아빠 무릎에 올려놓고 얼굴을 부비며 품에 안긴다. 때로는 투정을 부리고 때로는 재롱을 부려가며 오빠들의 빈 자리를 메우려 애쓰는 모습이 너무나 예쁘다. 요즘 우리 부부는 딸아이 시중드는데 정성을 쏟고 있다. 아침 7시 도시락 두개를 싸가지고 등교하면 밤 10시나 돼야 들어온다. 우리 내외는 10시10분전까지 학교 담밑에 가 딸아이를 기다린다. 데리고 와서 이것저것 챙겨먹이며 오물오물 맛있게 먹는 모습을 보면 무척 즐겁다. 초등학교 1학년 아이들이 짝을 못맞춰 학부모들의 불만이 이만저만이 아니라는 보도다. 또 몇년후에는 신부감이 모자라 큰 사회문제가 야기될 것이라고 한다. 그런데도 아들을 낳기 위해 초음파 검사를 하고 이혼 등 가정문제가 생기기도 한다. 없어서는 안될 딸들이라고 모든 이들이 말하지만 실제로 자기일에는 예외로 생각하는게 우리네 마음이 아닌가 싶다. 세상은 바뀌고 있다. 10년후만을 생각할 수 있다면 나는 막내 딸이 하나 생긴게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볼수록 신기하고 그저 바라만봐도 기분이 좋고 흐뭇하다. 팔불출 아니 구불출이면 어떤가. 우리딸 때문에 여러사람이 기분좋은 것을…. 이강신(경기 안양시 부흥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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