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목돼온 김대중(金大中)차기대통령의 인사 스타일과 방향이 첫 선을 보였다. 김차기대통령은 먼저 청와대 수석비서관후보를 대체로 복수(複數)로 발표했다. 여론을 떠본 뒤 10일경 적임자를 확정할 모양이다. 이어 20일경 국무총리와 감사원장 내정자를 발표하고 23일경에는 복수의 각료후보를 공개해 26일 내각명단을 일괄발표한다고 한다.
이런 방식은 언론을 통한 여론의 사전검증을 거쳐 고위공직자를 임명하려는 새로운 인사실험이다. 김차기대통령은 야당총재 시절에도 의중의 인물을 주변이나 언론에 슬쩍 물어 나름대로 검증했지만 이번같은 공개검증은 처음이다. 검증없는 ‘깜짝쇼’ 인사로 무능과 정책혼선을 드러낸 김영삼(金泳三)정부의 전철을 밟지 않겠다는 것으로 이해된다.
그러나 문제점도 있다. 무엇보다도 후보를 사전에 어떻게 결정했느냐는 점이다. 4,5개 정부기관의 존안자료를 활용하고 은밀하게 수소문도 했다지만 내부에서 중지(衆智)를 얼마나 그리고 어떻게 모았는지 궁금하다. 수석비서관 후보의 상당수가 김차기대통령과 이미 연결됐던 사람들이기에 더욱 그렇다. 후보 자체를 제한적으로 선정하고 그 가운데서 고르라고 한다면 검증의 의미는 반감할 수밖에 없다. 우선 후보선정 과정이 제도화하고 투명해져야 한다.
최종결정을 불과 사흘 앞두고 후보를 공개한 것도 충분한 사전검증을 어렵게 한다. 김차기대통령이 공약했으나 첫 조각(組閣)에서는 적용하지 않으려는 인사청문회를 비켜가기 위한 방편이라면 당당하지 않다. 촉박한 여론검증은 자칫 음해를 불러 유능한 사람에게 방어할 기회없이 상처를 입히기도 한다는 점을 경계해야 한다.
수석후보 가운데 현정부의 각료임에도 장점을 고려해 발탁한 정책기획수석은 무난하다고 본다. 그러나 경제수석에 학자를 기용하려는 데는 우려의 시선이 적지 않다. 실물과 행정에 밝지 못한 역대 학자출신 경제수석은 별로 성공적이지 않았다. 더구나 새 정부는 경제부총리가 없는 채로 국제통화기금(IMF)시대를 헤쳐가야 하므로 경제수석은 그만큼 중요해진다. 일부 후보에 대해서는 사생활의 도덕성 문제가 거론되기도 한다.
인사는 국정운영의 효율성을 높이고 정부조직에 활기를 불어넣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전문성중시 가신배제 지역타파같은 원칙도 좋지만 가령 지역의 산술적 안배에 집착할 필요는 없다. 기본은 ‘적재적소’다. 그렇게 해서 팀을 만들면 거기에 상응한 권한과 책임을 주어야 한다. 모든 것을 대통령 혼자서 챙기려 한다면 모든 책임이 대통령에게 돌아가고 효율적이지도 못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