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사세요]양궁 첫 올림픽 금메달 서향순씨

  • 입력 1998년 1월 12일 20시 22분


‘양궁의 신데렐라.’ 14년전 그는 이렇게 불렸다. 서향순. 84년 LA올림픽에서 ‘하늘이 내린 궁사’ 김진호는 동메달에 머물렀다. 그때 양궁사상 첫 올림픽 금메달을 선사했던 주인공이 바로 그다. 서씨를 만나러 충주로 길을 재촉했다. 그는 현역은퇴 후 충주에서 햄버거점 롯데리아를 운영하는 중. 부분 부분 염색한 머리, 금테안경 너머로 보이는 연보라빛 아이섀도. ‘꽃돼지’로 불렸던 통통한 얼굴의 여고 3년생은 훌쩍 세월을 넘어 31세의 세련된 미시족으로 변해있었다. “경기가 안좋다고 하는데 로열티를 안내는 국산 브랜드이니까 많이 이용해주면 좋겠네요.” 기자에게 불쑥 던진 첫마디에서 양궁스타 서향순이 아닌 사장님의 냄새가 배어났다. 그는 89년 이화여대 졸업과 함께 은퇴했다. 모교인 광주 동명여중에서 후배들을 잠깐동안 지도한 외에는 활을 아예 놓아버렸다. 90년 태릉선수촌에서 사귄 아시아경기 유도 금메달리스트 박경호씨(용인대교수)와 결혼한 뒤 남편고향 충주에 롯데리아를 차렸다. “남편이 해보자고 했어요. 그땐 전 롯데리아가 뭔지도 몰랐어요.” 새로운 인생이 쉽지만은 않았다. “남의 돈까지 끌어들였는데 처음엔 자본금을 거의 다 날렸어요. 2년전부터 매상이 늘기 시작해서 이제는 자리를 잡은 셈입니다.” 그의 얼굴이 밝다. 지난해 주말부부 생활을 청산, 아이들 아빠와 매일 볼 수 있게 됐고 매장도 2층규모로 넓혔다. 서씨는 예비 학부형. 올해 맏딸 성민이가 초등학교에 입학한다. 상투적인 질문 하나. “아이들 운동 시킬거예요?” “글쎄요, 아이들이 운동신경도 있고 좋아하기도 하지만 안했으면 하네요. 운동을 하면 한 길밖에 없지만 공부하면 여러 갈래 길이 있잖아요.” 오래 서있으면 등이 아프고 무거운 것은 들지도 못한다. 오랜 선수생활의 후유증이다. 하지만 씩씩하게 말한다. “어린 선수들에게 이렇게 말해요. 지금은 고생이라고 생각하지만 운동할 때가 나중에 가장 행복한 추억으로 남는다고.” 〈충주〓전 창기자〉
  • 좋아요
    0
  • 슬퍼요
    0
  • 화나요
    0
  • 추천해요

지금 뜨는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