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소재 영화『흥행불패』…「스타워즈」등 관객들 압도

  • 입력 1997년 12월 26일 08시 12분


비정한 킬러 「자칼」. 그는 73년에 제작된 영화 「자칼의 날」에서 한 치의 오차도 없는 사격 솜씨를 선보였다. 인간의 것으론 도저히 믿기지 않을 정도로 동물적인 감각이었다. 24년이 지난 97년 12월. 리메이크된 영화 「자칼」에 다시 등장한 그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이제 그의 무기는 「감각」이 아닌 「테크놀러지」였다. 자칼은 저격용 라이플을 승용차에 장착한 뒤 무선데이터통신을 이용, 멀리 떨어진 곳에서 노트북 화면을 보며 목표물을 조준한다. 감독은 첨단 테크놀러지를 테러의 수단으로 활용했다. 과학이 영화를 만든다. 첨단 과학을 뺀 영화는 이제 상상할 수 없는 시대가 됐다. 과학은 영화의 소재로 등장하기도 하고 영화 자체를 만드는 데 동원되기도 한다. 첨단 과학과 미래 사회를 그리는 SF영화가 할리우드의 효자 노릇을 한 지 이미 오래다. 「흥행하려면 과학을 동원하라」는 말은 어느새 할리우드의 상식이 되어 버렸다. 77년에 나온 영화 「스타워즈」 이후 영화팬들은 SF 영화에 열광하고 있다. 터미네이터 쥬라기공원 ET 에이리언…. 이후 발표된 SF영화들은 한발 앞선 기발한 상상력과 관객을 압도하는 영상으로 팬들의 시선을 스크린으로 끌어 모았다. 「초저온핵융합」(세인트) 「클로닝」(에이리언4) 등 최일선 현장에서 연구되고 있는 생생한 첨단 과학이 소재로 등장하기도 한다. 영화가 과학을 일반 대중에게 알리는 메신저 역할을 하기도 하는 것. 과학은 영화의 소재가 될 뿐 아니라 제작 방법 자체를 바꾸는 데도 한몫 단단히 했다. 컴퓨터 그래픽 기법을 뺀 현대 영화를 상상할 수 있는가. 컴퓨터 그래픽은 미국 LA를 용암으로 뒤덮기도 하고(볼케이노) 엄청난 토네이도로 트럭을 날려버리기도 한다(트위스터). 사라진 지 7천만년이 지난 공룡들을 다시 등장시키기도 하고(쥬라기공원) 외계 생명체 군단과 싸우는 장면을 생생하게 재현하기도 한다(스타쉽 트루퍼스). 영화의 주인공과 과거에 실존했던 인물이 화면에서 만나는 것(포레스트 검프)도 모두 컴퓨터 그래픽 기법 덕분이다. 관객들은 현실이 아니라는 것을 알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스크린 속에 빠져든다. 첨단 테크놀러지가 「상상」을 화면속에서 현실화하고 있다. 과학이 영화를 만들고 있는 것이다. 〈홍석민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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