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뉴욕 타임스 ▼
한국의 최고권력자인 김영삼(金泳三)대통령이 한국 경제위기의 장본인으로 지목되고 있는 점은 참으로 안타깝다. 그는 지난 수십년간 독재정권하에서 민주화투쟁에 앞장섰던 인물이다. 지난 여름 설문조사에서 대학생들은 그를 가장 복제하고 싶지 않은 인물로,반면에 독재자 박정희(朴正熙) 전대통령을 가장 복제하고 싶은 인물로 응답했다.
김대통령은 90%에 이르던 지지의 상당부분을 잃어버렸다. 연이은 부패사건과 국가부도사태를 맞아 전혀 지도력을 발휘하지 못하고 있다는 인식 때문이다. 그에게 비난이 집중된 시기는 국제통화기금(IMF)사태를 맞은 최근 몇달이다. 한 주부(37)는 『일개 가정주부도 가계를 어떻게 꾸려야 하는지를 아는데 우리네 지도자들이 나라경제를 이 모양으로 만든 것을 이해할 수 없다』면서 그를 대통령으로 선출한 것을 후회했다.
일부에서는 대통령의 권한을 조기에 이양하라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다. 물론 이 주장이 현실화하기는 쉽지 않으나 그에 대한 국민의 반감을 말해준다. 김대중(金大中)대통령당선자는 20일 김대통령과의 오찬회동에서 국정운영에 공동보조를 취한다고 합의했으나 이 문제는 거론하지 않았다.
이와 관련, 대한변호사협회는 『현재의 경제난국에서 차기정권이 출범하는 내년 2월25일까지 권력의 공백을 방치할 수 없다』면서 『김대통령은 즉각 모든 권한을 김당선자에게 넘기라』고까지 요구하고 있다. 한 신문은 「2개월이 너무 길다」는 제하의 기사로 이같은 주장에 동조했다.
김대통령으로서는 오늘날의 상황을 받아들이기 힘들 것이다.
김대통령은 금융실명제를 실시해 재벌과 정치권의 불법거래 고리를 끊었다. 후일 자신의 차남이 구속되는 상황을 맞았지만 김대통령의 이같은 반부패운동은 그의 치적중 하나임을 부인할 수 없다.
그러나 현실은 김대통령의 편이 아니다. 집권당 후보는 당명을 변경해 자신은 여당후보가 아니라고 강변했다. 김대통령 밑에서 국무총리를 지낸 이홍구(李洪九)씨는 『김대통령이 너무 인기에 연연한 나머지 원칙에 입각한 리더십을 발휘하려 하지 않은 것이 문제의 시작』이라고 말했다. 그는 『과거 이 정도의 혼란이면 군부의 쿠데타 기도에 촉각을 곤두세워야 했다』면서 『김대통령의 정치적 민주화업적은 평가돼야 한다』고 말했다.
많은 사람들은 훌륭한 야당지도자가 대통령으로서 인기에 연연하다 지탄의 대상이 된 것을 비극으로 받아들이고 있다.
나종일(羅鍾一)경희대교수는 『만일 김대통령이 집권에 실패해 대통령이 아닌 정치지도자로만 기억된다면 그는 성공한 정치인으로 평가됐을 것』이라고 말했다.
〈22일자·정리〓김승련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