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하일지판 아라비안 나이트(583)

  • 입력 1997년 12월 13일 20시 42분


제10화 저마다의 슬픈 사연들 〈51〉 공주의 말을 들은 왕은 믿어지지 않는다는 표정으로 말했습니다. 『이 원숭이가 마술에 걸린 왕자라니, 그럴 리가 있느냐?』 그러자 공주는 말했습니다. 『아버지, 제 말을 믿으세요. 정히 못 믿겠으면 그분에게 직접 물어보세요』 그리하여 왕은 나를 돌아보며 물었습니다. 『방금 공주가 한 말이 사실인가?』 그래서 나는 눈물을 흘리며 고개를 끄덕여 보였습니다. 그런데도 왕은 못내 믿어지지 않는지 공주에게 물었습니다. 『이 원숭이가 마술에 걸린 왕자라는 사실을 너는 어떻게 알았느냐?』 그러자 공주는 쌩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아버지, 어렸을 때 저는 한 노파와 함께 살았습니다. 그 노파는 아주 간교할 뿐만 아니라 마술쟁이였습니다. 그 노파한테서 마술의 이론과 실제를 배워 일일이 기록해두곤 했었답니다. 그러다보니 저도 마술을 좀 부릴 줄 알게 되었답니다』 『좀 부릴 줄 알게 되었다고? 좀 부릴 줄 안다는 게 대체 어느 정도를 말하느냐?』 왕이 이렇게 말하자 공주는 다시 쌩긋 웃으며 말했습니다. 『자그마치 백칠십 장의 마술 방식을 다 외게 되었답니다. 그래서 지금은 제가 조금만 마술을 부려도 이 도성의 모든 돌들을 카프산으로 옮겨놓을 수가 있답니다. 그뿐 아니라 이 도성을 깊은 바다로 변하게 하고 백성들을 물고기로 만들어 그 속에 헤엄치게 할 수도 있답니다』 이 말을 들은 왕은 어처구니가 없다는 듯이 허허 웃었습니다. 그리고는 말했습니다. 『얘야, 너한테 그런 재주가 있다는 걸 나는 미처 몰랐구나, 그렇다면 이 젊은이를 마술에서 풀어줄 수도 있겠구나? 만약 이 젊은이를 인간으로 되돌려놓을 수만 있다면 나는 그를 대신으로 삼고, 그리고 네가 싫어하지 않는다면 내 사위로 삼을 작정이다. 정말이지 이젊은이를그냥두기에는 그재주와지식이아깝거든』 그러자 공주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습니다. 『사실이 그래요. 이분은 유능한 분이에요. 그럼 제가 한번 이분의 마술을 풀어보도록 하지요』 이렇게 말하고 난 공주는 헤브라이 글자로 알라의 이름을 새긴 조그마한 쇠칼을 손에 쥐고 홀 한복판에 커다란 원을 그렸습니다. 그리고 그 안에다 쿠파 글씨로 괴상한 이름과 주문을 써넣더니 중얼중얼 주문을 외기 시작했습니다. 그녀가 외는 주문 중에는 우리가 알아들을 수 있는 말도 간혹 있기는 했지만 대부분은 전혀 알아들을 수 없는 말들이었습니다. 공주가 그렇게 주문을 외고 있으려니까 갑자기 주위가 깜깜해지고 하늘이 당장에라도 무너져내릴 것만 같이 느껴졌습니다. 그리고 잠시 후, 다시는 보고 싶지도 않았던 그 소름끼치게 끔찍한 마신이 나타났습니다. 커다란 손은 쇠스랑과 같고, 다리는 큰 배의 돛대 같았으며, 이글거리는 두 눈은 시뻘겋게 타오르는 기름 항아리 같았습니다. 우리는 마신을 보자 무서워서 벌벌 떨었습니다. 그러나 공주는 겁도 안나는지 이렇게 말했습니다. 『드디어 왔구나! 굳이 인사는 안해도 좋다, 이 개야!』 <글:하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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