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BA]감독폭행 스프레웰사건, 흑백인종문제 비화

  • 입력 1997년 12월 9일 20시 25분


미국프로농구(NBA) 라트렐 스프레웰 사건이 흑백간 인종문제로 비화되고 있다. NBA는 최근 감독의 목을 조르고 『죽이겠다』고 폭언한 스프레웰(27·골든스테이트 워리어스)에게 1년간 자격정지의 중징계처분을 내렸다. 이에 스프레웰 에이전트인 안 텔럼은 8일 ABC TV에 출연, 『이번 사건엔 인종차별 음모가 숨어있다. 백인감독이 싸우는 상대는 늘 흑인들』이라며 미식축구 스타 OJ 심슨의 살인 혐의를 벗긴 조니 코크란을 변호인으로 선임했다. 「흑백인종차별」이라는 미묘한 핫이슈로 법정투쟁과 장외 여론몰이의 양면작전을 구사하겠다는 것. 그렇다면 대다수가 흑인으로 구성돼 있는 NBA선수노조는 누구의 손을 들어줄까. 선수노조는 처음 『지나친 징계』라며 유감을 표했지만 막상 인종문제로 비화될 조짐을 보이자 『이 사건은 전혀 인종차별과 관련이 없다』며 NBA의 편에 섰다. 흑인인 빌리 헌터 노조사무총장도 NBC와의 인터뷰에서 『스프레웰측이 인종차별을 거론하고 있으나 아직 이에 대한 증거를 찾지 못했다』고 말했다. 문제는 앞으로의 장외여론 추이. 대다수의 흑인들은 만약 세차례나 올스타에 뽑힌 스프레웰이 백인이거나, PJ 칼리시모 감독이 흑인이라면 과연 NBA가 그런 중징계를 내릴 수 있었겠느냐고 생각하고 있다. 오클랜드의 흑인시장 해리스는 『문제는 피부색깔에 있다. 청문회도 없이 NBA가 중벌을 내렸다』며 철저한 재조사를 촉구하고 나섰다. 이에 대해 NBA측의 입장은 단호하다. 스턴 커미셔너는 『NBA는 스프레웰이 감독을 폭행한 후 다른 선수들을 선동한 사실까지 밝혀냈다』며 엄하게 다스리겠다는 입장이다. 죽은 사람도 법과 변호사의 입으로 살린다는 미국. 어쨌든 이제 「선수가 감독을 팼다」라는 사실은 사라지고 「흑인선수와 백인감독간의 인종차별문제」만 도마에 남게 됐다. 〈김화성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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